원재료값 상승에 치킨-버거값도 올려… ‘기후인플레이션’ 현실화
굽네치킨-파파이스 “2년만에 인상”
햄버거-김밥 등 먹거리 일제히 들썩
식품물가 전체로 번질 가능성
● 치킨·버거 가격 인상 행렬
15일 굽네는 9개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2022년 이후 2년 만의 가격 상승이다.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의 경우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10.6% 오른다. 굽네 측은 “최근 몇 년간 비용 상승으로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돼 가격을 올렸다”고 했다. 치킨과 샌드위치(버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파파이스도 2년 만에 가격을 올렸다. 파파이스는 이날 “치킨, 샌드위치, 사이드 등 메뉴 가격을 평균 4% 인상한다”고 밝혔다.
국내 상당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팜유를 튀김유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시장의 팜유 선물 가격은 3일 t당 126만4000원으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배달 비용 부담과 같은 다른 원인들이 합쳐진 결과지만, 결국 이런 유지류 가격 상승이 치킨이나 버거 가격 동반 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팜유는 특히 라면에도 많이 쓰여 이 추세대로면 라면 업체들도 상당한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가격 인상 행렬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3000원 인상했다. 업계 1위 bhc도 같은 해 12월 뿌링클 등 주요 메뉴 가격을 3000원 올렸다. 신세계푸드는 올 2월 노브랜드 버거에서 NBB 시그니처(단품) 가격을 4400원에서 4800원으로 조정하는 등 30여 종 제품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했다.
올리브유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국제 올리브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 주 기준 스페인 남부산 비정제(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가격은 100kg당 864.5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65% 올랐다. 전 세계 올리브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봄철 가뭄과 여름철 폭염이 겹친 탓이다. 치킨업계 2위 BBQ는 ‘100% 올리브유’를 쓰다 작년 10월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바라기유를 일부 섞어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7% 줄었다. 올리브유 가격이 더 오르면 BBQ 역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金값 되는 서민 식품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선물 가격은 원산지인 서아프리카에 가뭄이 들며 1년 만에 3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롯데웰푸드 등 초콜릿 제조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커피 원두 가격도 오름세다.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15일 미국 뉴욕 선물시장에서 파운드당 2.34달러로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였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주요 아라비카 생산국 브라질에 가뭄이 들며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현재의 기후변화가 이어질 경우 2030년까지 밀 생산량이 24%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브스 역시 45년 이내 전 세계 감자 수확량이 최대 32%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곡물 가격 인상은 물가에 치명적이다. 곡물을 주요 원료로 하는 김밥, 짜장면 등 주요 식품들이 기후변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전쟁 등 해소 가능성이 있는 요인과는 달리 기후변화는 영향이 서서히 커져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연구기관들은 기후플레이션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2022년 여름 유럽 각국에 기록적인 폭염이 닥치자 식품 물가 상승률이 0.43∼0.93%포인트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2035년까지 기후로 인해 식품 물가 상승률이 최대 3.2%포인트, 전체 물가 상승률은 1.2%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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