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승에 자극받고 명장과 만났는데…롯데 80억 포수 2군행이 충격적인 이유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롯데는 2017시즌을 마치고 FA를 선언한 '안방마님' 강민호를 놓치면서 창단 이래 최악의 포수난에 시달렸다. 내부 육성도, 트레이드를 통한 영입도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허송세월을 했다.
마침 2022시즌이 끝나고 FA 포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롯데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다. 롯데는 LG에서 오랜 기간 주전으로 내공을 쌓은 유강남과 4년 총액 80억원에 계약하면서 단숨에 안방 공백을 메우는데 성공했다. 유강남은 LG의 철벽 마운드와 함께 했던 포수로 매년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강철의 몸을 지녔고 발군의 프레이밍 능력을 보유했으며 타격에서도 두 자릿수 홈런은 가능한 파워를 갖고 있어 롯데에게는 '천군만마'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효과는 분명 있었다. 실제로 유강남이라는 주전 포수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포수 자원인 정보근과 손성빈도 백업 자리에서 조급함을 덜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80억'이라는 몸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시즌이기도 했다. 121경기에 출전한 유강남이 남긴 성적표는 타율 .261 10홈런 55타점. 설상가상 시즌 도중 왼쪽 내복사근 부상까지 겹쳐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전반기에 타율 .233 5홈런 27타점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후반기에는 타율 .308 5홈런 28타점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었다. 특히 9월 이후 타율 .379 4홈런 24타점을 몰아친 것은 다음 시즌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포수 출신의 '명장' 김태형 감독이 롯데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유강남이 날개를 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김태형 감독은 과거 양의지라는 국내 최고의 포수와 호흡하면서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양의지가 FA로 이적을 한 뒤에도 박세혁을 중용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유강남은 지난 해 10월 김태형 감독과 상견례를 나눈 직후 "아무래도 같은 포지션 출신의 감독님이 오셨고 나 또한 포수이기 때문에 내가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계속 인지하면서 준비를 잘 하고 싶다. 항상 긴장하면서 하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친정팀' LG의 통합 우승도 크나큰 자극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LG는 유강남이 롯데로 떠나자 FA 시장에서 부랴부랴 박동원을 영입하면서 안방을 재정비했고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았다.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고 부산 사직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 유강남은 상대팀 선수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유강남은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내가 10년 이상 몸을 담았던 팀이고 내가 떠나자마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에 아쉽지 않으면 거짓말"이라는 유강남은 "이제는 LG 선수가 아니고 롯데 선수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해서 '우리도 정상에 서자'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작년 후반기의 맹타, 김태형 감독과의 만남, 그리고 친정팀 LG의 통합 우승이 주는 자극까지. 유강남의 2024시즌은 그 누구보다 뜨거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 그는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강남은 올해 17경기에 나와 타율 .122(41타수 5안타)라는 믿기지 않는 부진을 이어갔다. 장타도 2루타 1개가 유일해 장타율이 .146인 것도 충격적이다. 특히 유강남은 14일 고척 키움전에서 만루 찬스가 두 차례나 있었음에도 삼진 아웃과 병살타라는 최악의 결과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무엇보다 6회 1사 만루 찬스에서는 볼 3개를 고르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음에도 4구째 타격한 것이 유격수 병살타로 이어져 롯데 팬들을 탄식하게 했다. 마침 올해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되면서 프레이밍이라는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점도 롯데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롯데는 16일 유강남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로서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유강남과 함께 동시에 FA로 영입했던 노진혁과 한현희 역시 부진을 거듭하면서 지금 2군에 있기 때문이다. 유강남의 극심한 부진, 그리고 롯데의 최하위 추락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과연 이들은 언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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