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인 못살 것 같은가?… 마스터스는 아니라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 ‘스몸비(스마트폰 좀비·smart phone+zombie)’란 말이 벌써 싫증이 날 정도로 스마트폰이 인간의 일부가 된 시대다. 스마트폰을 창조한 인간은 거꾸로 노예가 됐다. 스마트폰 이전의 삶은 어땠을까? 조금이라도 보고 싶다면 그런 곳이 있다. 마스터스다.
‘꿈의 무대’ 마스터스는 ‘노 휴대전화 정책(no cell phone policy)’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지킨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를 비롯해 다른 메이저 대회들까지 하나 둘 시대의 변화에 투항했지만, 마스터스는 단호하다. 실수로 휴대 전화를 갖고 들어왔더라도 한번 적발되면 평생 마스터스 입장 금지를 당하는 무관용 정책을 펴고 있다.
대회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전임 회장 빌리 페인은 2017년 질문을 받고는 “휴대 전화는 선수와 팬 모두의 집중을 방해한다. 바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현 회장 프레드 리들리는 “패트론(마스터스 관람객을 지칭하는 표현)은 우리의 정책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 정책에서도 아웃라이어(독특한 존재)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예외가 있기는 하다. 2010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연습라운드 도중 10번 홀 그린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동반 경기를 하던 마크 오메라는 “우즈는 퍼팅 스트로크를 돕기 위해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었다”고 거들었다.
마스터스의 영웅이자 흥행 보증수표인 우즈를 잃고 싶지 않았던 듯 오거스타 내셔널은 “경기자가 연습 라운드 도중 촬영 목적으로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예외로 한다”고 발표했다.
그럼 급한 연락은 어떻게 하나? 마스터스는 대회장 곳곳에 공중전화 부스처럼 무료로 유선전화를 걸 수 있도록 했다. 국제전화든 국내전화든 모두 공짜다.
그럼 골프장에서 어떻게 만날 약속을 할까?
“1번 홀 마스터스 스코어보드 옆” “10번 홀 티잉 구역 근처”처럼 약속 장소를 정해 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지루할 시간은 없다.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는데도 마스터스가 ‘노 휴대전화 정책’을 배짱 좋게 지킬 수 있는 비결은 수요 공급의 비대칭성 덕분이기도 하다. 하루 2000달러 가까운 암표나 이차판매 티켓을 사서라도 보고 싶어하는 팬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하루 4만여명의 마스터스 관람객들이 ‘스마트폰 디톡스’를 경험하고 있다. 대회장에서 만난 이들은 “없으면 못살 줄 알았는데, 막상 아무도 휴대 전화가 없는 곳에 오니 오히려 없는 게 당연한 것 같다”고 했다. 스마트워치도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목적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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