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봄데, 못봄

김하진 기자 2024. 4. 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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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6년만에 다시 받아든 ‘시즌 초 꼴찌 성적표’
‘봄데’라 불렸던 롯데의 2024시즌 출발이 좋지 않다. 큰 기대를 안고 출발한 김태형 감독(가운데)의 강성 리더십과 선수단의 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가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한 뒤 인사하는 모습(뒷 사진). 롯데는 이날 승리 뒤 10경기에서 2승을 더하는 데 그쳤다. 연합뉴스


팀 타율·타점 최하위에 팀 ERA도 5.24
전력보강 실패+얕은 선수층=최악 성적
나홀로 4할 레이예스론 역부족…트레이드 소문 무성


소문난 ‘강성 리더십’ 김태형 감독과
가교역 맡아줄 고참·코치 안보여
경직된 더그아웃 분위기도 썰렁


롯데에게는 항상 ‘봄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시범경기부터 개막 초반까지 ‘봄’에 성적이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시기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가 와도 이기지 못한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수식어다. 봄에만 강했고 정작 가장 중요한 가을에는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은 2017년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올시즌 롯데는 봄부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15일 현재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자리했다. 지난 12일 고척 키움전에서 4-9로 패하면서 10위로 내려앉았고 이후에도 같은 순위에 머물러 있다.

롯데가 시즌 초반 최하위를 기록한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개막 후 18경기 타율 0.400 3홈런 11타점 등으로 리그 유일 4할 타자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팀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타율 1위 선수가 있는데 팀 타선이 가장 큰 고민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롯데의 팀 타율은 0.243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팀 타점은 60타점으로 10개 구단 평균인 96타점에 훨씬 못 미친다.

가뜩이나 타선이 터지지 않는데 롯데의 팀 평균자책은 5.24로 8위다. 불펜진 평균자책은 최하위인 KT(7.41)에 이어 5.29로 나쁜 수치를 기록 중이다.

롯데는 지난겨울 사실상 전력 보강을 뚜렷하게 한 부분이 없다. 내부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을 놓쳤다. 롯데는 내부 FA 2명 중 전준우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안치홍은 지난해 타격 전 부문에서 전준우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냈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은 19경기 타율 0.290 1홈런 8타점 등을 기록 중이다. 빈자리가 나면 그 자리를 채울 선수가 나와야 한다. 비슷한 포지션에 있던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다. 하지만 이 기회를 제대로 잡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선수층 자체가 얕기 때문이다. 롯데의 육성 시스템에 또다시 물음표가 커진다.

이런 요인들 외에도 현재 롯데의 성적을 크게 좌우하는 건 분위기다. 경기 중 롯데의 플레이를 보면 상당히 경직된 모습들이 보인다. 연패가 거듭되면서 분위기가 처지고 플레이 하나에 위축되다보니 좀처럼 상승세를 타기가 힘들다.

롯데는 지난겨울 김태형 롯데 감독을 데려오면서 그간 없던 유형의 사령탑을 맞이했다. 김태형 감독은 전형적인 강성 리더십을 선보이는 지도자다. 보수적인 표현대로라면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김태형 감독과 선수단의 가교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롯데에서는 코칭스태프와 고참 선수들 중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주장 전준우나 주전 포수 유강남은 본인 플레이를 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투수진 고참 중 하나였던 구승민은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김태형 감독의 니즈를 충족해주는 이른바 ‘기가 센’ 선수가 롯데에는 거의 없다. 최근 경기 흐름 속에서는 김태형 감독의 ‘강성 리더십’이 선수단과 충돌하는 모양새가 종종 나왔다.

현재로서는 분위기 반전을 꾀할 요소가 거의 없다. 롯데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정이 톱니바퀴가 맞물려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런 양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올시즌 롯데는 하위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봄데’를 잊은 롯데가 거센 ‘꽃샘추위’에 시달리고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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