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피해 북부 귀환하는데 총격…가자 피란민 ‘끝없는 비극’
이스라엘 남부 타격 예고에
남부 피란민들 다시 북부행
검문소서 총격, 수십명 사상
가자지구 전역 ‘전쟁 쑥대밭’
인구 상당수, 2번 이상 피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대규모 지상작전을 예고하면서 남부를 떠나 북부로 귀환하려는 피란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폐허가 된 북부로 돌아가기 위해 피란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14일(현지시간)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수천명의 피란민들이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가려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이후 점차 중부와 남부로 전선을 확대해왔고, 현재 피란민 140만명 이상이 집결한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대대적인 지상작전을 앞두고 있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라파 공격 일정을 잡았다며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상작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부 지역에 몸을 피했던 피란민 상당수가 북부로 재차 피란길에 올랐다. 이스라엘군이 북부 귀환을 허용해 검문소가 열렸다는 소문이 퍼지며 이동 행렬은 수천명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밀가루 봉지를 어깨에 짊어진 채 동생의 손을 잡고 피란길에 오른 10대 소년 오마르 알다두라는 CNN에 “북부에 있는 집이 무너져 6개월간 집 없이 텐트에서 생활했다”며 “가다가 죽을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우리는 지쳤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북부로 다시 피란길에 올랐던 한 여성은 “검문소에 이르렀을 때 이스라엘군 탱크가 보였고, 우리를 향해 총을 쏴 결국 되돌아와야 했다”면서 “아이들과 목숨을 걸고 길을 나섰지만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피란민들은 검문소 주변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아 최소 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가족과 함께 피란하던 5세 소녀도 머리에 총탄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지역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을 허용했다는 보도는 거짓이며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가자지구 북부는 여전히 전쟁 지역이며, 이스라엘군은 그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북부로 돌아가려는 민간인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느냐는 CNN 질의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을 옮겨가며 전쟁을 벌인 결과 지난 6개월간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85% 이상인 190만여명이 집을 잃고 피란민이 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2번 이상 피란길에 올랐다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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