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채 상병 특검 내달 처리”... 여당에선 찬반 엇갈려
더불어민주당은 5월 2일 본회의를 열어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총선 승리 기세를 몰아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21대 국회 기준으로도 범야권 의석이 절반이 넘어 처리가 가능한 데다, 여당 일각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재표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를 마지막까지 일하는 국회, 책임을 다하는 국회로 운영하려고 한다”며 “채 상병 특검법을 총선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116명과 낙선 인사들도 이날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께서는 이번 총선으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매섭게 심판하셨다. 그 심판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채 상병 사망 사건”이라며 “(국민의힘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지금 당장 통과 협조에 나서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10월 6일 본회의에서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됐는데, 현재 상임위원회 숙려 기간 180일이 지나 이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현재 범야권 표만으로도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 처리가 무산되기 때문에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여당을 향해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5월 2일 처리를 목표로 본회의 일정을 여당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종섭 전 호주 대사의 호주 출국 의혹을 수사하는 ‘이종섭 특검법’을 채 상병 특검법에 반영하는 수정안 처리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 전 대사가 채 상병 순직 사건 때 국방 장관이었던 만큼 한꺼번에 의혹을 규명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라며 “여당과 본회의 일정 합의만 된다면 4월 중 특검법 처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6선에 성공한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총선 패배 책임을 우리 스스로가 좀 더 지는 모습, 국민적 여론을 좀 더 우리가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이미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찬성표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종섭 전 대사의 출국 당시 급격한 민심 악화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특검법이 22대 국회로 넘어가도 통과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국민의힘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자나 한지아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자도 특검법을 공개 찬성한 상태다. 반면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특검을 운운하기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경찰의 수사가 종결이 안 됐다”며 “이종섭 전 대사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준비도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 역시 채널A 유튜브에서 “일단 재판·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고심하는 모습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고민 중”이라고만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야당의 특검 요구를 ‘총선용 공세’라고 규정했는데, 이를 갑자기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그러나 특검법 표결에서 여당 내 이탈표가 상당수 발생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서 민주당 박주민 원내 수석 부대표는 이날 유가족들과 만난 뒤 “21대 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까지 재표결을 하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돌아온 상태다. 박 수석 부대표는 “총선 민심이 이렇게 나온 이상 저쪽(여당)이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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