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세금 공제 1조, 한국은 0”…반도체 지원, 이 정도 격차라니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4. 4. 15. 2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韓기업
반도체 인프라 설비 투자는
세제혜택 목록서 빠져 불리
공제액에 농어촌세 부과되기도
日선 투자액 절반가량 환급
美, 52조원 규모 보조금 조성

첨단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에 미국과 일본은 각각 총 투자금의 27.5%, 40%(세액공제 적용시 54%)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반면 한국의 투자 인센티브는 투자금의 6% 수준에 그치는 현실은 한국에 주요 생산거점을 둔 국내 기업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해외 기업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이 제공하는 세액공제 혜택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클린룸 설비구축 비용을 제외하는 등 제도상의 허점도 적지 않다.

15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하기 위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앞다퉈 파격적인 반도체 지원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례없는 대규모 보조금을 조성하고 세제지원 등으로 기업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으로 390억달러(약 52조원)를 조성해 기업 투자액의 최대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25%의 세액공제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인텔에 최대 85억달러(약 11조500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110억달러(약 14조9000억)의 대출을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은 1000억달러(약 136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4개 주에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미국 정부가 대만 TSMC에 최대 66억달러(약 8조9000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과 함께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의 정부지원 대출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TSMC는 투자세액 공제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첨단 반도체 공장 3곳을 건설하기로 하고 이 프로젝트에 650억달러(약 88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에도 60억달러(약 8조1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국이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무기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인센티브는 이보다 더 파격적이다. ‘첨단 반도체 생산기반 정비 기금’으로 1조7000억엔(약 15조2000억원)을 조성한 일본 정부는 일본 내 반도체 기업 투자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TSMC와 마이크론의 팹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TSMC는 구마모토 1공장에 1조엔(약 8조9000억원), 2공장에 2조엔(약 17조8000억원)등 총 3조엔(약 26조7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일본 정부로부터 1공장과 2공장에 대한 보조금으로 각각 4760억엔(약 4조2000억원)·7320억엔(약 6조5000억원)을 수령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세제개정안에 설비투자의 20%를 세액공제하는 ‘전략분야 국내생산 촉진 세제’ 신설방안을 담기도 했다. 이 방안은 현재 일본 의회에서 검토중에 있으며, 방안이 확정될 경우 인센티브 규모는 더 불어나게 된다.

이와 달리 한국은 세액공제 중심의 반도체 투자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로 올해 연말 일몰 예정이다. 직전 3년 평균 투자액 초과분의 10%를 추가공제하는 ‘임시 투자세액공제’는 지난해 말 만료됐다.

유사한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앞둔 미국·일본과 한국이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은 세액공제의 대상 범위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 기계장치만 세액공제 대상 자산으로 인정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기계장치에 더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클린룸’ 등 인프라 설비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한다.

이 때문에 부지매입·건물건축에 6조원, 인프라 설비에 4조원, 공정장비에 10조원 등 모두 20조원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팹을 구축했을 경우 받게 될 세제혜택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한국에 투자할 때는 공정장비에 투자한 10조원에 한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인프라설비 투자금 4조원을 합한 14조원이 세액공제 대상금이 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세액공제율 25%를 적용해 모두 3조5000억원의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일본에서 20% 세액공제 제도가 시행되면 세제혜택만으로 2조8000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금에 대한 보조금으로 미국이 투자액의 평균 10%, 일본이 투자액의 평균 40%를 지급한다는 점을 가정하면 투자금 20조원에 대한 보조금 규모는 미국이 2조원, 일본이 8조원에 달한다.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합해 미국에서는 5조5000억원, 일본에서는 10조80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한국 투자기업은 20%의 농어촌특별세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세액공제의 80% 수준만 절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에서 특별세 부담을 제외한 1조2000억원이 최종 인센티브가 된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보조금 없이 현 세액공제 혜택만으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다른 경쟁기업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