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사고 화학공장 입주 '쉬쉬' "... '밀실행정' 논란 부른 보은군
두 업체 모두 대형 폭발사고 이력
군과 입주 위한 업무협약 체결
뒤늦게 사실 안 주민들 저지 투쟁
"마을과 불과 15m 산단 위험천만
화학공장 들어서면 생존권 위협"
군 "실제 공장과는 상당한 거리
완충 녹지로 위험성 낮아" 반박
충북 보은군이 산업단지, 분뇨 처리시설 등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밀실행정’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부지 선정 작업을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것이다.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논란과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15일 보은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군은 탄부면 사직·고승리 일원 84만9,000만㎡에 제3 보은산업단지를 2026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군은 올해 하반기 중 토지 보상에 들어가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폭발사고 이력이 있는 화학업체들이 산업단지에 들어선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보은군에 3산단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T사·H사는 폭발성 강한 가스·소재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들 2개 업체가 들어설 면적이 3산단 부지의 90%에 달한다.
두 업체는 폭발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다. 보은군 삼승면 산업단지 내 T사 공장에서는 2022년 4월 폭발사고가 발생, 공장 건물이 뚫리고 잔해가 수십 미터씩 날아갔다. 이 업체가 생산하는 특수가스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가스로, 공기와 접촉하면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인체에 접촉해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행히 이날 사고는 공장을 가동하기 전이어서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엄청난 굉음과 날아간 잔해로 인해 주변 마을은 공포에 떨었다.
소재 제조업체인 H사의 경남 밀양공장에서도 2022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치료 도중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주민들은 이들 화학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보은군이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이 업체들과 투자협약까지 하고도,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대투쟁위원회 어수용씨는 “2022년부터 추진한 산업단지 입주 업체를 지난해 말 주민설명회에서야 알았다. 폭발 위험이 큰 화학업체의 입주를 비밀로 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특히 주민들은 산업단지와 마을이 너무 가까워 불안에 떨고 있다. 어씨는 “사직리 마을과 산업단지 간 거리가 불과 15m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민 생존권과 환경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절대 산업단지 건설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은군의 3산단 조성 사업을 두고 ‘앞뒤가 다른’ 행정이란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바로 예정지 일대가 군에서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는 고구마 특화단지이기 때문이다. 산업단지반대추진위원회 측은 “해당 부지는 지역특산물인 탄부 고구마 주요 생산지이자 특화단지로 육 성중인 곳”이라며 “한편에선 고구마 특화 마을로 키우겠다고 약속해놓고 한편에선 고구마밭을 밀어버리고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냐”고 군 행정을 성토했다.
보은군의 ‘밀어붙이기 행정’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장안면에 하루 200톤 처리 규모의 축산분뇨 처리시설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논란과 의혹이 제기됐다. 장안면 주민들이 “후보지를 공모하면서 공모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신국범 반대투쟁위원장은 “후보지를 공모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장연면 내 11개 행정리 가운데 10개 리 주민들은 공모가 진행되는지조차 몰랐다”며 “주민 의견 수렴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은군 관계자는 “보은 3산단 경계가 마을과 가까운 것은 맞지만 실제 공장 건물을 기준으로 하면 60m가량이나 떨어져 있다”며 “거기에 완충 녹지까지 조성하는 만큼 폭발사고가 나더라도 마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 반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단지는 꼭 필요하다”고 사업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밀실행정 논란에 대해 군은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밀로 한 적이 없다”며 “오해를 하고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소통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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