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겠다" 명장의 날선 한마디 터진날 터진 '판정 은폐 합의'…ABS 보완의 필요성 [SC포커스]

김영록 2024. 4. 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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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태형 감독.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3/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의 정확도는 99.9%다."

기계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그 기계를 다루는 인간까지 100% 신뢰할 수는 없는 법이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꾸준히 ABS에 대한 불신을 보여왔다. 급기야 'ABS 때문에 오히려 존 논란이 커진다'는 속내까지 드러냈다.

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감독은 작심발언을 꺼냈다. 전날 5회 전준우의 타석에서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진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선언을 받은 것에 대한 강한 불만 토로와 함께였다.

"그 공이 진짜로 스트라이크존에 걸린 건지 물어봤다.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존이 운동장마다 분명히 다른데, 참 말이 안된다. 마운드 높이가 얼마나 다르다고. 그런데 현장이 아니라고 그러는데, 그런거 없다고만 한다."

KBO리그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중남미 등 전세계 주요 프로야구 리그 중 처음으로 1군 리그에 ABS를 도입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에서 수년간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빅리그 적용은 미뤄왔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로봇 심판(robot umpire)이 판정하면서 스트라이크존이 일정해졌고, 한층 공정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충분한 테스트와 데이터 없이 도입됐고, 생각보다 정확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SSG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4/

ABS의 볼판정은 규정상 번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항의는 가능하다. 이날 김태형 감독은 ABS보다 기존의 사람 심판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판도 선호하는 코스가 있다. 반대로 타자도 자기가 놓친 공에 대해 자기합리화를 한다. 선수가 항의한다고 해서 판정이 잘못된 게 아니다. 전에 심판들에게 항의할 땐 이쪽은 가깝다, 저쪽은 멀다 정도의 이야기를 나눴다. 워낙 타자들이 예민해하고, 로봇 심판은 그런 말 안 나오게 한다고 하는데, 내 입장에선 이걸 어떻게 로봇에게 맡길 수 있나 싶다."

김태형 감독은 "정말 터무니없는 공 때문에 경기력에 지장이 있으면 안되지 않나. (전준우 타석처럼)이상한 볼 판정이 올시즌 우리팀만 따져도 여러번 있었다. ABS 채용 전에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언제, 얼마나 들었나 싶다"며 강도높은 속내 토로를 거듭했다.

공교롭게도 김태형 감독이 작심 토로를 한 날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전에서 심판들이 ABS의 콜을 듣지 못했는지, ABS와 다른 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를 은폐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상황은 NC가 1-0 앞선 3회말 2사 1루 이재현의 타석에서 벌어졌다. 볼카운트 1S에서 NC 선발 이재학이 2구째를 던졌을 때 1루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원심은 아웃. 비디오 판독결과 세이프로 정정됐다.

볼 판정이 문제였다. 한복판 직구였는데 문승훈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았고 1B1S가 됐다.

이후 볼 2개, 스트라이크 하나가 추가돼 볼카운트 3B2S 상황에서 NC 강인권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했다. ABS는 해당 공의 판정을 볼 수 있도록 양팀 더그아웃에 태블릿 PC가 있는데, 2구가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라는 것. 때문에 2B2S에서 삼진이라는 항의였다.

4심 합의 끝에 이민호 심판팀장은 오작동은 인정하되, 어필 유효시한이 지났다고 설명했다. "(ABS)음성이 볼로 전달됐는데, ABS 모니터 확인상 스트라이크다.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야 했다는 점에서 어필시효가 지난 걸로 보고(3B2S 풀카운트인 현 상황)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

문승훈 주심과 이민호 심판 조장 등이 모여 의논하고 있는 장면.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그런데 중계 방송 1루심이었던 이민호 심판조장이 문승훈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 그거는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반면 KBO의 답변은 달랐다. KBO 측은 우선 "ABS 상황실 근무자는 분명히 스트라이크 음성을 들었다고 보고했다. 모니터에 스트라이크로 찍힌 것이 심판에게 볼이라는 음성으로 나갈 확률은 0%"라며 "만에 하나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ABS상 콜을 듣는 사람은 주심과 3루심이다. 간혹 주심이 듣지 못해 3루심에게 확인하거나, (들리지않은)자신의 이어폰의 고장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포스트시즌처럼 관객들의 응원소리가 클 때는 더욱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이상 KBO는 '현장의 착각일 뿐 ABS는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할 입장은 아닌 듯 하다.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KBO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한 결과, 해당 경기의 심판팀장 이민호 심판을 비롯해 문승훈-추평호 심판을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또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할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는 한편 양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는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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