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벌위 아니고 인사위원회 회부? 사실상 최초···KBO, ‘은폐 스캔들’ 세 심판 중징계 예고[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4. 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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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구 삼성-NC전에서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공을 볼로 선언한 뒤 항의를 받자 심판들이 모여 논의하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심판들이 오심을 해놓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모의하다 적발된 초유의 사태에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비상이 걸렸다. 해당 심판들을 기존과 같은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면서 중징계를 예고했다.

KBO는 15일 오후 “이민호, 문승훈, 추평호 심판위원을 오늘자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 심판위원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NC전에서 오심 뒤 은폐 논란으로 KBO리그를 발칵 뒤집어놨다. NC가 1-0으로 앞서던 3회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 타석에서 NC 선발 이재학이 던진 2구째에 대해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으나 문승훈 구심은 볼로 선언했고, 이후 풀카운트까지 간 뒤 NC가 판정 오류를 발견해 항의했으나 심판진은 “다음 투구 전까지 어필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어필시효가 지나 그대로 진행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 ABS 오심에 항의하는 강인권 감독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무엇보다 이를 결정한 4심합의 과정에서 이민호 심판팀장이 “음성은 볼로 인식한 걸로 말하라” “우리가 안 깨지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등 문승훈 구심, 추평호 3루심과 오심 은폐를 시도하는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를 통해 노출되면서 논란이 터졌다. 심판진은 방송사 카메라 마이크가 접근해 있는 것을 모른 채 대화하다 들통이 났다.

단순한 판정 실수에서 그치지 않고 실수를 덮기 위해 상황 자체를 조작하려 논의하는 모습은 큰 충격을 안겼다. 경기를 진행하는 기준점이 되어야 할 심판의 신뢰성과 도덕성이 완전히 추락했다. 이에 KBO도 기존의 심각했던 오심 사태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KBO 역사상 심판이 경기 중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진 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사태 직후 즉시 해당 심판들로부터 경위서를 받은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심판들에 대한 조치와 절차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했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NC전에서 ABS 스트라이크 판정을 콜로 선언한 데 대해 NC가 항의한 뒤 심판이 모이자 삼성 박진만 감독이 다시 항의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KBO는 “이번 건은 리그 규정 벌칙 내규로 다 심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업무 배제와 2군 강등 등 기존의 징계와는 다른 중징계가 예상된다. 더불어 KBO는 “경기출장정지가 아닌 직무 배제로 결정한 이유는 직무 배제 상태에서 인사위원회를 진행해 최종 징계를 심의하는 것이 절차상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심판들의 은폐 시도와는 별개로 애초에 발단이 된 ABS 판정의 현장 수신 체계에 대한 보완책도 강화된다. 구심은 귀에 꽂은 인이어를 통해 기계가 전달한 판정을 현장에서 콜로 전달하는데, 정확히 듣지 못할 경우에는 역시 인이어를 착용한 3루심이 확인할 수도 있다. 이날 삼성-NC전에서는 문승훈 구심이 잘못된 콜을 했지만 추평호 3루심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KBO는 “주심 혹은 3루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심판의 콜 이후 더그아웃의 선수단에게 주어진 태블릿을 통해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뜨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는 점도 이날사태의 발단이 됐다. KBO는 “양 팀 더그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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