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한 숄츠 “소국이 대국 두려워하게 해선 안 돼”
중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5일 대학 강연에서 “우리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소국이 대국을 두려워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과잉생산 논란을 부르는 산업정책과 양안관계·남중국해에서의 강압적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상하이 퉁지(同濟)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독일과 유럽 시장에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공정하고 개방된 시장을 원한다”면서 “이는 다시 말해 덤핑이 없어야 하고 과잉생산이 없어야 하고 저작권이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내가 중국에 올 때마다 평평한 운동장을 강조하는 이유”라면서 “우리는 우리 기업들이 그 어떤 제한 조치도 받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또 “소국들이 대국들을 두려워하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며 “국경을 무력으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이웃 관계에 비교해 “우리는 우리 이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이웃이 (덩치가) 크고, 강하고 근육질인 사람이라면 우리는 항상 인사하고 싶어야 하고 그 사람이 결코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슐츠 총리는 이 발언 과정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숄츠 총리는 전날 충칭에 도착해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수소엔진 생산시설을 방문하고 위안자쥔 충칭시 당서기와 회동했다. 이날은 상하이에서 중국 내 독일 기업인들을 만났다. 숄츠 총리는 16일 수도 베이징으로 이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숄츠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숄츠 총리의 방문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과잉생산 문제를 제기하고,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자동차에 이어 풍력 터빈 과잉 보조금 지급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뤄졌다.
숄츠 총리 역시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대립각을 세울 계획으로 보인다.
다만 그의 방중은 독일 산업의 ‘탈중국’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방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바스프, 지멘스 등 독일 주요 기업 경영자 12명이 동행했다. 모두 중국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들이다. 시 주석도 지난달 양회 이후 후난성 바스프 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중국 제조업이 경쟁자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고민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생산거점 역시 없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슈피겔 등 독일 언론은 이번 방중을 두고 “숄츠는 독일의 핵심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숄츠 총리의 방문은 유럽이 중국의 ‘대결’ 아닌 ‘협력’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전날 숄츠 총리가 보쉬 공장을 방문해 “독일과 중국 기업의 수소 기술 분야 협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독일 측은 독·중 우호 왕래를 계속해서 심화하고 양자 간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이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동맹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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