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위기·분식회계 난리인데…회장님 연봉은 왜?
지난해 재계 ‘연봉킹’(연봉 1위)을 차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 등 계열사 5개에서 177억1500만원을 받았다. 특히 롯데지주는 신 회장의 ‘2022년 경영 성과’ 등을 이유로 전년 대비 3억원가량 늘어난 보수 총 64억4900만원을 지급했다.
2022년은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그룹 계열사들이 1조1천억원을 지원하고, 신용평가회사들도 롯데지주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강등한 시기다. 그러나 롯데지주 사업보고서에는 “매출액, 영업이익 등 회사의 경영 성과와 리더십, 윤리 경영, 기타 회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했다”고만 공시돼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CIO) 겸 카카오모빌리티(카모) 기타비상무이사에게 급여 3억400만원, 상여금 10억원 등 13억3300만원을 지급했다. 카모 매각 추진 등 그룹 재무 전략을 주도한 배 전 대표는 회사에서 받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2021년 한 해에만 주식 차익 76억5200만원을 챙겼다. 그는 현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주가 조작(시세 조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카모 역시 분식회계 혐의를 빚어 모회사인 카카오의 기존 재무제표상 매출액이 약 3천억원 축소 반영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으나 배 전 대표 보수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금융 당국과 정부 부처들이 일제히 상장 대기업의 임원 보수 공시 등 기존 제도를 손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건, 현행 국내 규정이 미국 등 주요국에 견줘 훨씬 부실한 까닭이다. 대주주 등의 악용 우려가 있는 신종 성과 보상 수단인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없애는 건 물론, 임원 보수 산정·공개·평가·사후 조처 등 전 과정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대폭 강화해야 ‘케이(K)-밸류업’(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이 가능하리란 지적이 나온다.
당장 문제가 되는 건 보수 산정의 ‘공정성’이다. 임원에게 지급하는 상여나 성과급 등의 책정 기준을 기업이 임의로 공시하다 보니 회사의 경영 실적이나 주주 기여도 등에 견줘 보수가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공시 제도 개편에 나선 금융 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런 국내 현실은 주주 권익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제도를 꾸준히 강화해온 미국 등 주요국과 상반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2022년 채택한 ‘공시 규정’을 보면, 상장기업들은 최근 5년간 임원 보수와 재무 성과 지표 간 연관 관계를 주주총회 소집 공고문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재무 성과 측정 지표로는 총주주수익률(TSR, 주가 및 배당 수익의 합)을 비롯해 최소 3개에서 최대 7개를 제시해야 한다.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따라 임원 보수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에서 확산하는 신종 성과 보상 수단인 알에스유(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주식을 공짜로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글로벌 시가총액 2위인 애플의 경우 에스앤피(S&P) 500 기업 대비 애플의 티에스알을 비교해 이를 기준으로 알에스유를 차등 지급한다. 주가 상승 등 주주들이 얻은 수익률이 비교 대상 기업보다 높아야만 더 많은 주식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반면 국내 기업 중 이런 ‘성과 연동 알에스유’를 도입한 곳은 네이버와 넥슨게임즈 정도뿐이다. 외려 한국의 경우 알에스유의 성과 연계가 미흡하고 지급 대상 등에도 법적 제한이 없다 보니 승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관련 제도 강화 및 기업의 도입 실태 등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미국이 구체적인 성과와 연동한 보수 공시를 대폭 강화한 것은 물론, 경영진 보수의 적정성에 관한 주주 투표 및 성과 환수 제도까지 갖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갈 길이 먼 셈이다.
신재용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알에스유 등 주식 보상 관련 공시를 강화해 주주 등 시장 참가자들이 어떤 이유로 성과가 부여됐는지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회사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얼마나 진심인지 볼 수 있는 단면이 임원 보상인 만큼 밸류업 시대에 맞는 보상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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