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밖 '통큰' 보조금…삼성, 투자 '마중물' 된다[삼성 美 보조금 확정①]

이인준 기자 2024. 4.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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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공개한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2023.07.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당초 예상보다 최대 3배가량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 지급을 놓고 막판 협상 과정에서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통큰'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이 보조금은 앞으로 삼성전자 미국 사업의 새로운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파격적 보조금에…삼성전자 추가 투자 결정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른바 '칩스법'을 근거로 삼성전자에 64억달러(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삼성전자 보조금은 반도체 업계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규모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보조금 규모가 20억~3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추정해왔다. 상무부가 밝힌 반도체 보조금 기준에 따르면 팹(공장)당 최대 30억달러까지, 각 프로젝트 총비용의 15%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삼성이 받을 보조금은 상한선인 26억달러의 2배(52억달러)를 넘는다.

이는 앞서 보조금을 발표한 인텔(85억달러)·TSMC(66억달러·대출금 제외)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액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76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된 생산 보조금의 절반 이상이 이들 3개 업체에 집중적으로 지급된다.

그만큼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삼성전자가 특히 막판 협상에서 미국에 적극적인 투자 유치 의사를 보여,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 보조금 지급액 확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등 투자 규모를 종전 170억달러에서 4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280억달러를 웃도는 추가 투자가 보조금 63억달러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보조금 증액 발표가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들린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당초 계획보다 건립 비용과 현지 운영 비용이 커진 점도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이 같은 보조금 지급으로 삼성전자의 현지 공장 건설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보조금 지급 지연과 불확실한 경기 상황으로 테일러 공장 양산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을 웃도는 보조금이 결정되며 시설 투자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뉴시스]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SNS를 통해 "테일러시를 포함하고 있는 윌리엄슨 카운티장 빌 그라벨이 부지앞 도로를 '삼성 하이웨이'로 명명하고 도로 표지판을 선물로 줬다"며 "올해면 공장이 완공되고 내년이면 그곳에서, 미국 땅에서 최고 선단 제품이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경계현 SNS) 2023.1.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칩스법2 나온다면…삼성전자, 추가 투자 나설까

현지에서 칩스법 2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들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텍사스주의 세금 감면 프로그램인 '챕터 313 인센티브' 신청서를 통해 20년 이상 장기간 1921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챕터 313은 텍사스주에 설비 투자를 한 기업에게 최대 10년간 재산 증가분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삼성전자는 이 인센티브를 통해 향후 오스틴 지역에만 2개(팹3~4), 테일러 지역에 9개(팹2~10) 등 총 11개 공장을 신규로 건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오스틴 공장 245억달러, 테일러 1676억달러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 계획안에서 이미 부지 확보를 끝낸 상태로, 2034년 이후 순차적으로 가동시켜 2042년께 프로젝트가 끝날 것으로 언급했다.

최근 AI용 반도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업체들도 반도체 설계에 속속 뛰어드는 것도 북미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대목이다.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메모리 부품부터 생산(3나노 이하 파운드리)과 패키징, 테스트까지 반도체 전 과정을 수행하는 삼성전자의 '턴키'(Turn Key·일괄 수행) 능력으로 북미 시장 매력도가 더 커질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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