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페인킬러

장윤서 기자 2024. 4. 15. 17: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대개는 통증 완화를 위해 복용을 시작하지만 중독성이 강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전염병(epidemic)' 확산세가 빨라 약 20여년간 65만명 이상 중독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제약사는 로비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독성 실험 없이 1995년 중증 통증 치료용으로 FDA로부터 옥시콘틴 사용에 대한 승인을 받아냈다.

지난 2021년 새클러 가문은 총 60억달러(약 8조원)의 합의금 지불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옥시콘틴을 판매한 퍼듀 파마와 배후에 있는 새클러 가문의 감춰진 세계 폭로
페인킬러./소우주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대개는 통증 완화를 위해 복용을 시작하지만 중독성이 강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전염병(epidemic)’ 확산세가 빨라 약 20여년간 65만명 이상 중독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피오이드 계열 중 강한 중독성과 환각 효과가 있는 ‘펜타닐’은 북미 지역 내 마약 중독에 따른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펜타닐 중독의 시작은 옥시콘틴이라는 약물이며, 배후에는 제약회사 퍼듀 파마와 이 회사의 오너가(家) 새클러 가문이 있다.

28년간 뉴욕타임즈 기자로 근무한 저자가 쓴 신간 ‘페인킬러’는 제약 회사의 탐욕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술한 규제, 잘못된 의료 관행으로 촘촘히 얽힌 비극을 풀어나간다.

책의 저자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의 남용과 이 약물의 제조사인 퍼듀 파마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을 전국적으로 조명한 최초의 언론인이었다. 이 책은 지난해 넷플릭스가 선보인 동명 드라마 원작이다.

새클러 가문은 지난 201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목록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문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하버드대 등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 연구소, 대학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하는 예술계와 학계의 거물이었다.

퍼듀 파마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기반은 옥시콘틴이었다. 이 제약사는 로비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독성 실험 없이 1995년 중증 통증 치료용으로 FDA로부터 옥시콘틴 사용에 대한 승인을 받아냈다. 회사는 FDA에 중독성 등급을 낮춰달라고 로비하거나, 의사에게 접대하며 처방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퍼듀 파마는 옥시콘틴 판매를 통해 약 350억달러(약 48조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며, 새클러 가문은 이 중 약 130억달러(약 17조4000억원)를 이익으로 취한 것으로 보인다.

마약성 진통제의 강도로만 놓고 보면 옥시콘틴은 핵무기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보니 암시장에서 옥시콘틴의 가치는 1밀리그램당 1달러로, 20밀리그램 정제는 20달러에, 40밀리그램 정제는 40달러에 판매됐다. 은행 계좌에 수천 달러가 있는 사람에게 옥시를 구매할 현금을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돈이 없었기 때문에 옥시콘틴 남용과 더불어 범죄 발생도 가속화됐다. 중독자들은 가정집에 침입해 현금과 텔레비전을 훔쳤다. 신용 한도액이 부족한 사람들은 라이터나 콤팩트 디스크와 같은 물건을 훔쳐서 판매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옥시콘틴 중독자가 급증하면서부터다. 퍼듀 파마는 옥시콘틴을 복용하는 환자 중 1% 미만만이 중독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약의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로 옥시콘틴을 복용한 환자의 중독률은 13%에 달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수천 건의 피해 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옥시콘틴으로 부를 축적했던 새클러 가문의 운명이 또 한 번 심판대에 올랐다. 퍼듀 파마는 결국 파산 신청을 했고, 배후에 있던 새클러 가문 역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지난 2021년 새클러 가문은 총 60억달러(약 8조원)의 합의금 지불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제안이 파산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미 대법원은 새클러 가문이 제도를 악용해 자신들의 재산을 보호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최근 합의를 보류했다. 새클러 가문을 일으킨 아서 새클러는 자식들에게 “너희가 들어왔을 때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떠나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오피오이드 사태로 인해 이 가문은 세상에 더 큰 고통을 안겼다.

배리 마이어 지음ㅣ장정문 옮김ㅣ소우주ㅣ252쪽ㅣ1만6000원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