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꽤 오래 활약한 선수 같다" 베테랑 감독도 놀랐다, 이정후 미친 적응력...도약 믿어 의심치 않는다
[OSEN=조형래 기자] “여기에 꽤 오래 있었던 선수 같다.”
이정후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 초구부터 방망이를 자신감있게 휘둘렀다. 탬파베이 선발 션 암스트롱의 초구 93.2마일(150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타구속도 99.4마일(160km)의 강한 타구를 뽑아냈다.
이후 윌머 플로레스가 삼진을 당하는 동안 2루를 훔치면서 1사 2루의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고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시즌 두 번째 도루와 7번째 득점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후 타석부터는 침묵했다. 두 번째 타석은 3회초 1사 1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2볼 1스트라이크에서 암스트롱의 4구째 84.8마일(136km) 커터를 받아쳤지만 중견수 쪽 직선타로 물러났다. 타구속도 97마일(156km)이었지만 야수를 뚫지 못했다.
6회초 선두타자 타일러 피츠제럴드의 2루타로 맞이한 무사 2루의 기회. 이정후는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높은 코스의 89마일(143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지만 뜬공이 됐다.
7회초 2사 1루 상황에서는 2스트라이크 카운트로 몰린 뒤 3구째 77.5마일(125km) 스위퍼를 때려냈지만 중견수 뜬공에 그쳤다. 9회초 2사 3루에서 맞이한 마지막 타석, 이정후는 이번에도 76마일(122km) 스위퍼를 때려냈지만 유격수 뜬공에 그쳤다.
그러나 수비에서 제 몫을 했다.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랜디 아로자레나의 날카로운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다. 104.3마일(168km)짜리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몸을 던졌다. 마운드에 있던 대만 출신 투수 덩카이웨이는 두 팔을 뻗어 이정후에게 박수를 보냈다. 또한 8회 1사 후 호세 시리의 우중간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서 건져냈다. 타구속도 106.1마일(171km)에 기대 타율 7할5푼에 달하는 타구를 건져냈다.
이날 5타수 1안타로 이정후는 6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지만 타율은 2할4푼2리로 내려갔다. 표면적인 기록은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정후의 지표들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나아질 여지가 충분하다. 지난 10일 ‘MLB.com’은 스탯캐스트 수치상 눈에 띄는 10명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이정후를 꼽았다.
MLB.com은 하드히트 비율과 헛스윙 비율을 꼽았다. 8일 기준 성적으로 이정후의 하드히트 비율은 54.1%, 헛스윙 비율은 8.8%였다. 이 기록을 중심으로 MLB.com은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와 계약했을 때 25세의 이 선수는 중견수로 평균 이상 수비를 펼치면서 강력한 컨택과 선구안을 앞세워 주전 리드오프가 될 것으로 보여졌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파워를 보여줄지는 불투명했지만 50% 이상의 하드히트와 평균 93.4마일(150.3km)의 타구 속도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이정후의 현재 가중출루율 wOBA(.249)는 좋지 않지만 예상 xwOBA(.320)를 보면 지금까지 운이 없었다. 행운이 곧 찾아올 것을 암시한다’며 이정후의 성적 상승을 예견했다.
‘MLB.com’이 기사를 게재했을 당시보다 현재 이정후의 지표들은 소폭 하락했다. 하드히트 비율은 49.1%, 헛스윙 비율은 10%. 평균 타구속도는 92.7마일(149.2km)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정후의 이 스탯들은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이다. 하드히트 비율 상위 21%, 헛스윙 비율은 무려 상위 1%, 평균 타구속도도 상위 12%에 속해 있다.
낮은 발사각(3도)로 땅볼 타구의 비율이 절반이 넘는 54.7%나 되기에 좋은 지표들이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타구의 질 자체는 문제가 없다. 타구를 띄우기만 하면 해결될 문제고 이정후도 스스로 해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밥 멜빈 감독은 걱정이 없는 듯 하다. 15일, ‘NBC스포츠 베이 에어리어’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종종 이정후가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삼진을 당하는 것을 보면 충격에 가깝다. 알다시피 전날 경기 몇개의 공에 헛스윙을 한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런 일들이 많이 발생하지만 이정후는 그렇지 않다. 이정후는 스윙을 할 때마다 거의 컨택을 해낸다. 그건 매우 드문 일이다. 더 좋은 투구를 펼치면서도 모르는 투수를 만날 때도 있다. 그래서 이정후의 능력을 더 주목해 볼만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와 팀 동료들이 외야에서 서로 소통하는 것을 보면 매우 인상적이다. 여기에 꽤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이정후의 적응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가 당장 리그를 폭격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정후가 리그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이정후는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리그, 새로운 환경에 서서히 적응을 해나가면서 모두가 인정받을만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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