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그냥 인정했더라면…’ 초유의 심판진 작당모의, 결국 직무 배제에 인사위원회 회부 중징계 예고

최민우 기자 2024. 4. 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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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삼성 경기 도중 심판진이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다.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KBO가 예상치 못한 악재와 마주했다. 심판이 오심을 은폐하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KBO는 공정성을 위해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를 도입했는데, 오히려 심판이 이를 훼손했다. 심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향후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이다.

ABS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 그리고 주심의 귀에 끼어져 있는 인이어를 통해 판정을 전달되고, 주심은 이를 듣고 볼 판정에 대한 최종 선언을 하게 된다. 공정성을 위해 KBO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 하지만 심판들은 공정성을 훼손한 것을 넘어 승부를 조작했다.

KBO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허구연 KBO 총재가 급히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중징계였다. 이미 심판들의 잘못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예상된 조치였다. KBO는 더 나아가 현재 ABS 시스템을 운영하며 드러난 몇몇 문제도 같이 조치하기로 했다.

KBO(총재 허구연)는 '15일(월)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14일(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BO는 이에 대해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엄중 경고'를 넘어선 중징계 예고다.

한편 심판 자질 문제 외에 불거진 논란도 점검하기로 했다.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ABS 시스템은 주심과 3루심에게 스트라이크/볼 여부를 송신하게 되어 있다. 다만 경기장 응원 소리가 가득찬 상황에서 이 신호가 잘 들리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심판이 불가피하게 ABS 콜을 놓칠 수도 있다. 14일 대구 경기의 경우는 이를 제때 바로잡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 이제는 심판뿐만 아니라 ABS 현장 요원이 이를 정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 것이다.

KBO는 '또한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각 팀에는 ABS 존 확인용으로 태블릿 PC가 한 대씩 지급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찍히지 않아 각 구단들의 불만이 애당초 컸다. 14일 경기도 실시간으로 찍혔다면 바로 항의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한참 뒤에야 논란의 2구째가 NC 더그아웃에 송신되면서 NC가 잘못된 판정을 바로 잡을 기회를 잃었다.

논란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전에서 발생했다. 가장 공정해야 할 심판이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ABS 수신기 오작동을 핑계 삼았다. 이들의 작당모의는 고스란히 중계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 됐다. 완전 범죄를 꿈꿨지만, 심판들은 곳곳에 설치된 마이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삼성이 공격에 나섰다. NC 선발 이재학은 삼성 김지찬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줘 출루를 허용했다. 그리고 2사 1루 상황에서 후속타자 이재현을 상대했다. 이재학은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136km짜리 패스트볼을 던졌다. 주심은 볼을 선언했고, 그 사이 1루에 있던 김지찬이 도루를 시도했다. 원심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원심이 뒤집혀 2사 2루가 됐다.

그렇게 경기는 정상적으로 재개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재학이 5구째 공을 던진 후 강인권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2구째 볼로 선언된 공이 스트라이크가 아니냐는 항의를 한 것이다. 각 팀은 KBO가 지급한 태블릿 PC를 통해 볼 판정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강인권 감독은 2구째 공이 스트라이크로 찍혔다고 항의했다. NC의 주장대로라면 이재학은 이재현을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어야 했다.

▲심판이 ABS를 통해 볼판정을 내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심판진은 한 데 모여 강인권 감독의 항의에 대해 논의를 거쳤다. 이 자리에서 심판진은 볼 판정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후속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었다.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입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

이날 1루심을 맡았던 이민호 심판팀장은 “안 들렸으면 안 들렸다고 사인을 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넘어가버린 거잖아”라고 말하자, 문승훈 구심은 “지나간 건 그냥 지나간 걸로 해야지”라며 받아쳤다. 구심이 ABS 콜을 잘 못 들은 것으로 읽힌다.

계속된 이들의 대화는 귀를 의심케 했다. 심판 자질이 의심되는 대화가 오갔다. 이민호 심판팀장은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하세요). 아셨죠?”라고 말한 뒤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그것 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라며 자신들의 실수를 덮고 ABS 오류로 이를 은폐하려 했다.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같았지만, 심판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문승훈 구심은 “(이어폰을 통해 전달된 판정 내용이) 지지직거려서 볼 같았다고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민호 심판팀장은 “같았다라고 하면 안 된다. 볼이 나왔다고 하시라. 우리가 안 깨지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한동안 의논을 나눈 후 마이크를 들고 관중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민호 심판팀장은 “투구한 공이 음성으로는 볼로 전달이 됐다. 그런데 ABS 모니터를 확인해보니 스트라이크로 판정이 됐다. 어필 시효가 지난 걸로 해서 카운트 그대로 진행하겠다”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NC는 결국 이날 경기를 삼성에 내주고 말았다. 한참 동안 마운드에 서 있었던 이재학의 어깨는 이미 식어버린 상황. 곧바로 2사 1,2루 위기에 몰렸고 구자욱과 데이비드 맥키넌의 연속 안타를 맞고 1-3 리드를 내줬다. 한번 분위기를 내준 NC는 삼성에 계속 밀렸다. NC는 최종스코어 5-12로 무릎을 꿇었다.

▲ 강인권 감독 ⓒ곽혜미 기자
▲ 강인권 감독 ⓒ 연합뉴스

어쩌면 이날 경기 결과가 NC의 최종 성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진다면, 한 경기 차이로 순위가 갈릴 수 있다. 지난시즌만 봐도 그렇다. NC는 75승 2무 67패를 기록해 단 한 경기 차이로 두산 베어스(74승 2무 68패)에 앞선 4위를 차지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러야 했지만, 4위가 갖는 이점은 어마어마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은 1승을 먼저 선점하고 시리즈를 치른다. 1승만 더하면 준플레이오프에 나선다. 지금까지 치러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0%다. 만약 이번 시즌에도 NC가 순위 다툼을 벌인다면, NC는 2024년 4월 14일 대구 삼성전을 두고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심판들을 향한 불신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심판이 내린 볼 판정에 대한 불신 때문에 ABS를 도입했는데, 이마저도 심판들이 조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당시 상황에서 실수를 인정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KBO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심판들로부터 경기 당일 경위서를 받았고, 결국 직무 배제라는 중징계 초읽기에 돌입했다. KBO 관계자는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 회부로 결정한 배경예는 리그 규정 벌칙 내규로 다 심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어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했다"면서 "경기출장정지가 아닌 직무 배제로 결정한 이유는, 직무 배제 상태에서 인사워원회를 진행해 최종 징계를 심의하는 것이 절차상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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