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지차관 경질해야 복귀" vs 정부 "의료개혁 의지 변함없다"

천선휴 기자 2024. 4.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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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360명 박민수 차관 고소…복귀 전제조건 추가
정부 "차관 거취와 복귀 연계 바람직하지 않아…유감"
사직 전공의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에 손피켓을 들고 참석하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고소했다.

사직 전공의 1360명은 15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소를 진행한 사직 전공의 정근영 씨는 이날 고소장 제출에 앞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차관은 이번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면서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남발해 왔다"며 "근거가 부족하고 현장에서 불가능하다고 하는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오롯하게 존중받아야 할 젊은 의사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박 차관을 경질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의료현장 집단 이탈 이후 전공의들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50일 넘게 은둔형에 가까웠던 전공의들이 총선을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전공의 이탈로 병원이 두 달 만에 파산 위기에 몰리는 기이한 인력 구조를 비판하는 한 언론사의 칼럼을 인용해 병원과 정부는 물론 교수들까지 저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 씨는 이와 관련해 "박 비대위원장이 올린 글에 교수들을 '중간 착취자'라고 표현한 발언 때문에 교수들이 분노한 메시지를 내긴 하셨는데 나도 박 비대위원장의 의견에 상당히 동의한다"면서 "교수님들은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항상 '너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병원으로 돌아와주면 안 되겠니?' 이런 식이니 말 그대로 중간 착취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또 전공의들은 자신들이 몸담았던 수련 병원도 저격했다. 특히 지난 12일 전국 3500여 개 병원급 의료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대한병원협회 총회에 박 차관이 초청돼 축사까지 한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정 씨는 "대한병원협회 정기총회에서 축사를 하면서 웃음이 만발한 박 차관의 기사를 보는 전공의, 의대생들의 마음은 어떨지 한 번 헤아려주시길 바란다"며 "일제시대에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신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했다.

의료계 내분을 의식해서인지 정부와의 협상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 씨도 "전공의 협회 차원에서는 7대 요구안을 제출했다. 그 후에 실무적인 협상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의협 쪽에서 진행을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공의들은 정부에 대화의 전제로 △의대 증원 백지화 △의사 수 과학적 추계 기구 설치 △전문의 인력 증원 △의사 사법리스크 대책 마련 △업무개시명령 폐지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등의 내용이 담긴 7대 요구안을 제시한 상태다. 그리고 이날 7대 요구안 외에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박 차관 경질'을 추가한 셈이 됐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관련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2024.4.1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지난 10일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던 정부는 이날 닷새 만에 브리핑을 열고 "의료개혁 의지에 변함없다"며 의대증원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 전 모두발언에서 "2025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할 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 주기 바란다"며 "집단행동을 멈추고 대화에 나와달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박 차관을 고소한 데 대해 복지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며 "특정 공무원의 거취와 병원 복귀를 연계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덤덤한 반응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는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간 해왔던 이야기를 반복해오는 것일 뿐"이라며 "어차피 곧 다 나갈 사람들이 말하는 건데 귀 기울여 들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총선 직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 장·차관급 참모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이 상태에서는 정부의 책임있는 메시지가 나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의협도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14일 의협 비대위 브리핑에서도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해당사자인 젊은 전공의들이 그들의 생각들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어떤 행동을 했다면 이제 그 화답을 대통령께서 해주셔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담화문에 아마 이런 내용들이 많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담화 형식이 아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총선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의대 증원 관련 문제를 언급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 관계자는 "일단 정부가 어수선한 상황이라 인선이 나오고 정리가 된 후에나 확실한 방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때까진 정부도 전공의 면허정지 절차를 멈추고 있을 것이고 의료계도 딱히 대응할 만한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들도 병원들도, 떠난 전공의들도, 무엇보다 국민들이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든 상황이니 정부도 되도록 빨리 사태 수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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