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유인원’ 보노보? 침팬지보다 3배 더 싸웠다

김지숙 기자 2024. 4. 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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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공격성 강한 수컷일수록 짝짓기 성공률 높아
‘평화의 유인원’으로 알려진 보노보 수컷이 침팬지 수컷보다 자주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드 무기노/보스턴대 제공

아프리카 콩고 열대우림에만 사는 멸종위기 동물 보노보는 ‘평화의 유인원’으로 불린다. 수컷 중심의 사회를 이루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새끼를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는 암컷 중심의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며 새끼들을 공동 육아하고, 갈등이 발생하면 무력으로 해결하기보다 성관계를 맺으며 갈등을 해소한다. 이처럼 ‘사랑과 평화의 아이콘’이었던 보노보 수컷이 침팬지 수컷보다 공격적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대 모드 무기노 박사와 하버드대 연구진은 “야생 보노보와 침팬지 무리를 비교 관찰한 결과, 보노보 수컷의 공격성은 침팬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격적인 수컷일수록 짝짓기 성공률이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12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보노보는 모계중심사회를 이루며, 수컷은 주로 영역을 지키고 동맹을 맺으며 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관계로 갈등을 해결해 ‘히피 침팬지’라고도 불린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보노보와 침팬지는 인간의 유전자를 98% 이상 공유하는 ‘가까운 친척’이다. 보노보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단 1.3%, 침팬지는 1.6%의 차이를 보인다. 지난달 14일 별세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 미국 에머리대 교수 등 과학자들은 인간과 가장 닮은 보노보와 침팬지를 연구하며 인간을 포함한 유인원의 사회적 행동, 진화적 기원 등을 밝혀왔다. 특히 드발 교수는 침팬지의 아종 정도로 여겨졌던 보노보 특유의 사회성을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여러 저서로 알려왔다. 그는 보노보를 공감 능력과 협동심, 도덕성을 갖춘 ‘평화의 동물’로 소개했다.

앞선 연구에서 보노보는 암컷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모계중심사회를 이루며, 수컷은 주로 영역을 지키고 동맹을 맺는 등 덜 공격적인 모습으로 조사됐다. 분쟁이 생겼을 때도 무리의 우두머리들이 만나 성행위를 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한다. 반면 침팬지는 적응력이 강하고 인지능력이 뛰어나지만 수컷이 암컷을 공격해 강제로 짝짓기하거나 새끼를 죽이고, 이웃 무리를 집단 습격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이 부각돼 왔다.

그러나 보노보와 침팬지에 대한 기존 연구는 많은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것은 아니었다. 보노보가 열대우림의 외딴 늪지대에 서식하기 때문에 침팬지보다 야생 관찰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평화를 사랑하는 ‘히피 보노보’와 전쟁을 즐기는 ‘전사 침팬지’라는 이분법적 통념을 거스르는 결과가 나왔다.

무기노 박사와 연구진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코코로포리 보노보 보호구역에 사는 보노보 집단 3개와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의 침팬지 무리 2개를 비교 관찰했다. 이들은 수컷 보노보 12마리와 수컷 침팬지 14마리를 약 390일(9356시간) 동안 추적 관찰하며 돌진·추격 등 비접촉성 공격 행동과 때리기·당기기 등 접촉성 공격 행동 등의 빈도를 기록했다.

보노보의 집단 포옹. 위키피디아 코먼스

관찰 결과, 수컷 보노보를 관찰한 85.3일(2047시간) 동안 521건의 공격 행동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77건은 공격자와 피해자 간의 신체적 접촉이 있는 접촉성 공격이었다. 침팬지의 경우, 304.5일(7309시간) 동안 모두 654건의 싸움이 발생했고, 99건이 접촉성 공격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비교하면 보노보 수컷의 공격이 침팬지보다 2.8배 더 자주 발생했으며, 접촉성 공격만 놓고 봐도 보노보의 공격 비율이 3배나 더 높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노보의 공격 행동은 주로 수컷 사이에서 발생했고, 수컷이 암컷을 공격하는 일은 드물었다. 반면, 침팬지의 공격 행동에서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또 수컷 보노보의 공격 행동은 주로 일대일 상황에서 일어났고 1%만이 무리가 한 마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침팬지의 경우, 무리가 한 마리를 공격하는 비율이 13%에 달했다.

연구진은 수컷 보노보가 다른 수컷을 공격함으로써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이렇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수컷 보노보와 수컷 침팬지 모두 짝짓기 성공률이 높았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여전히 보노보와 침팬지 사회의 차이는 크다고 설명했다. 무기노 박사는 “침팬지 무리에서는 동종 살해가 벌어지지만 보노보는 그렇지 않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4.02.071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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