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국제유가 비상에 정유·석유화학 `전전긍긍`

박한나 2024. 4. 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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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란 영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경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소비침체로 이미 고통받는 상황에서원료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중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15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오후 12시 기준(한국 시간) 베럴당 90.1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0.31% 하락했지만 연초인 1월 2일(75.89달러) 대비 18.82% 오른 수치다.

수입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역시 지난 12일 기준 90.6달러를 기록해 9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이란이 지난 12일 이스라엘을 향해 본토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국제유가의 불안정성은 커지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을 할 경우 중동 정세는 최악의 상황에 이른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날 국제유가 미친 영향이 제한적인 상황임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정이 고조되면서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의 흐름 자체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원유를 전량 도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정유사에게 좋은 일만이 아니다"라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원유 도입 자체에 부담이 되는 데다 달러로 거래가 되는 만큼 환율 리스크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유 수입국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기름값 상승으로도 이어져 물가 역시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가 가장 예의주시하는 부분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54km 폭의 좁은 지역으로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등 산유국들은 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생산한 원유 대부분을 수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은 극히 낮지만, 대신 전체 수입 원유의 70%가량이 이 곳을 통과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에 속한다. 자칫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의 검문을 강화하는 것 자체로도 전 세계 원유 수송이 줄줄이 지연될 수 있다. 이는 원유 가격의 상승과 공급 차질로 이어진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이란이 직접적으로 한 사례가 없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여서 이번에도 봉쇄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다만 최근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긴 힘들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그간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업황이 워낙 부진했던 만큼 원가 경쟁력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커진다.

이미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100달러 이상을 넘길 경우 삼중고에 시달리며 기존의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무역 적자 우려가 나온다. 특히 당초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하반기에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급속도로 식고 있는 사황이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국제유가 상승은 일차적으로 수출금액보다 수입금액이 오르기 때문에 무역 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아직은 중동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다른 수입 원자재까지 오르면서 국내 물가 자극으로 이어지는 데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었는데 금리 인하의 시기가 더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특히 올해 IT 분야에 대한 투자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금리 인하의 시기가 미뤄지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고금리로 투자가 위축되고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등의 수출 전반에 영향을 주는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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