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한 그릇에 1만6000원이라니…" 미친 물가에 '비명'

하헌형 2024. 4. 15. 16:4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 그릇에 1만6000원이라니, '날도 더운데 가볍게 콩국수나 말아 먹자'는 옛말이 됐네요."

서울 오장동의 냉면집은 연초부터 1만4000원이었던 냉면을 1만5000원으로, 1만원이었던 만두 한 접시는 1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서울 도심에서 1만원권 한 장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날 서울시청과 광화문, 종각역 인근 국밥집 16곳을 확인한 결과, 1만원 미만의 국밥을 파는 곳은 두 곳에 불과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그릇에 1만6000원이라니, ‘날도 더운데 가볍게 콩국수나 말아 먹자’는 옛말이 됐네요.”

15일 정오 서울 서소문동의 콩국수 전문점에서 계산을 마친 직장인들이 푸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이 콩국숫집은 지난달 콩국수 가격을 종전 1만5000원에서 1000원 올려 1만6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2000원을 올렸는데, 1년도 채 안 돼 콩가루 등 원재룟값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다시 인상한 것이다. 콩국수에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 점심값이 2만원을 넘는다.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직장인들의 점심 한 끼 값이 1만5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달 김밥, 자장면, 칼국수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4%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5.2% 급등했다.

2022년 3월 5846원이었던 자장면 평균 가격은 작년 3월 6800원, 지난달엔 7069원까지 올랐다. 2년 새 21%가량 뛰었다. 김밥(17.4%), 냉면(15.1%) 값도 2년 사이 15% 넘게 올랐다. 지난 연말·연초 칼국수는 9000원, 김치찌개 백반은 8000원을 넘어섰다.

서울 오장동의 냉면집은 연초부터 1만4000원이었던 냉면을 1만5000원으로, 1만원이었던 만두 한 접시는 1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두 사람이 냉면 두 그릇에 만두와 음료수까지 곁들이면 5만원 가까이 나오는 셈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식자재비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인건비까지 올라 냉면 값을 올리지 않고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도심에서 1만원권 한 장으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날 서울시청과 광화문, 종각역 인근 국밥집 16곳을 확인한 결과, 1만원 미만의 국밥을 파는 곳은 두 곳에 불과했다.

국내 외식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통계청 집계)은 2021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34개월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작년 1분기 7%를 넘어섰던 외식 물가 상승률은 최근 3%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외식업체들이 원가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어 물가 오름폭이 다시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식품업체들이 동결해 온 가공식품 가격도 이르면 이달부터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4·10 총선을 앞두고 자의 반 타의 반 제품 값을 억눌러 왔지만,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커져 더는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당장 수출 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을 겪는 조미김 가격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마른김 도매가격은 속(1속은 100장)당 989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8% 급등했다. 코코아 가격도 주요 산지에서 병충해가 확산한 여파로 최근 한 달 새 50% 넘게 급증했다. 설탕·식용유 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