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타석만 서면 다저스 투수 흔들… 이런 적 처음이야, 4출루 대활약 ‘OPS 정상화’

김태우 기자 2024. 4. 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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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성은 15일 네 개의 볼넷을 골라낸 덕에 출루율이 껑충 뛰었다. 김하성의 시즌 출루율은 0.282에서 0.316으로 크게 올랐다. ⓒ연합뉴스/AP통신
▲ 김하성은 15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선발 6번 유격수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으나 고의4구 하나를 포함해 무려 4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눈야구’를 펼쳤다.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1년 계약을 한 제임스 팩스턴(36·LA 다저스)은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12년 동안 빅리그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잦은 부상 탓에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건강할 때는 좋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투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159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 66승38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부상이 잦아도 이 선수를 찾는 이유가 있다. 던질 때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줘서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제구가 나쁜 투수도 아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 개수가 2.9개로 준수한 편이다. 올해 다저스와 계약한 뒤 첫 두 경기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두 경기에서 1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했다. 하지만 15일(한국시간)은 달랐다. 팩스턴 경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구난을 보였고, 김하성(29·샌디에이고)이 타석에 서면 유독 공이 날렸다. 팩스턴과 같은 경력 많은 투수도 김하성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날이었다.

김하성은 15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선발 6번 유격수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으나 고의4구 하나를 포함해 무려 4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눈야구’를 펼쳤다. 비록 안타를 때리지 못해 시즌 타율은 0.219에서 0.215로, 시즌 장타율은 0.422에서 0.415로 다소 떨어졌으나 네 개의 볼넷을 골라낸 덕에 출루율이 껑충 뛰었다. 김하성의 시즌 출루율은 0.282에서 0.316으로 크게 올랐다. 이날 팀 또한 접전 끝에 6-3으로 이겨 김하성과 샌디에이고 모두가 웃었다.

김하성은 15일까지 시즌 18경기에서 타율은 0.215로 저조한 편이다. 경력 최고였던 지난해(.260)는 물론, 2022년(.251)보다도 떨어지는 타율이다. 하지만 이미 두 개의 홈런을 쳤고, 14개의 안타 중 절반인 7개를 장타로 장식한 덕에 장타율(.415)은 경력 최고였던 지난해(.398)를 넘어서는 수치다. 타자의 공격 생산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면서도 신뢰도가 높은 OPS(출루율+장타율)도 0.731까지 끌어올렸다. 타율이 낮아 김하성이 공격에서 크게 고전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OPS는 2022년(.708)보다 높고 경력 최고치였던 지난해(.749) 수준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하성이 점차 정상궤도에 올라간다는 의미다.

최근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조금씩 아쉬운 모습이 있었던 김하성은 이날도 6번 유격수로 출전하며 팀의 든든한 신뢰를 과시했다. 김하성이 수비 실책을 하며 자책할 때마다 옹호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신뢰가 든든했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 선발 좌완 제임스 팩스턴을 맞이해 잰더 보가츠(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1루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주릭슨 프로파(좌익수)-김하성(유격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잭슨 메릴(중견수)-에구이 로사리오(3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시리즈 마지막 경기지만 거의 정예 멤버를 들고 나왔다.

선발은 다르빗슈 유였다. 샌디에이고가 이날 정예 멤버를 들고 나온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에이스가 나올 때 반드시 이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 다르빗슈에 맞서는 다저스도 역시 정예 라인업이었다. 다저스는 이날 무키 베츠(유격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로 이어지는 MVP 1~3번 타순을 그대로 썼고, 그 뒤를 윌 스미스(포수)-맥스 먼시(3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키케 에르난데스(좌익수)-개빈 럭스(2루수)가 이었다. 역시 정예 라인업이었다.

▲ 타자의 공격 생산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면서도 신뢰도가 높은 OPS(출루율+장타율)도 0.731까지 끌어올렸다. 타율이 낮아 김하성이 공격에서 크게 고전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OPS는 2022년(.708)보다 높고 경력 최고치였던 지난해(.749) 수준이 보이기 시작했다.
▲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는 5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3실점을 기록했으나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다만 뒤이어 나온 네 명의 불펜 투수가 잘 이어던지며 힘을 냈다.

경기가 비로 지연 개시된 가운데 뚜껑을 열고 보니 다르빗슈와 팩스턴의 제구가 모두 흔들리며 살 떨리는 승부가 시작됐다. 1회 기회를 양팀 모두 놓친 가운데, 김하성은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하성은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내 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항상 끈질긴 승부를 하는 김하성의 선구안에 팩스턴이 제풀에 지쳐 쓰러진 모양새가 됐다. 3구와 4구가 모두 크게 빠지며 2B-2S의 카운트가 됐고, 5구째 높은 쪽 패스트볼은 김하성이 파울로 걷어냈다. 6구째 포심이 빠지며 풀카운트가 된 가운데 풀카운트에서 던진 7구째 포심마저 하늘로 치솟으며 김하성이 볼넷을 골라 나갔다.

다만 김하성은 이어진 캄푸사노 타석 때 도루를 시도하다 아쉽게 아웃됐다. 원심은 세이프로 김하성의 시즌 5번째 도루가 올라가는 듯했다. 하지만 다저스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결국 판독 끝에 아웃으로 뒤집혔다. 샌디에이고는 캄푸사노마저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선취점을 얻는 데 실패했다.

3회까지 두 팀은 0-0의 스코어로 맞섰다. 팩스턴은 이날 유독 제구가 흔들리며 커맨드를 잡는 데 애를 먹었다.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흔들리는 팩스턴을 놓칠 리 없었고, 계속 볼넷만 쌓여갔다. 다만 결정타가 없어 3회까지 무득점에 그친 샌디에이고였다. 하지만 다르빗슈가 잘 버틴 사이 0-0으로 맞선 4회 선두 타자로 들어선 매니 마차도가 기선을 제압하는 솔로포(시즌 4호)를 터뜨렸다. 포심이 한가운데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았다.

김하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도 볼넷을 골랐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하성은 이번에도 스트라이크 두 개를 먼저 먹고 시작했다. 하지만 팩스턴의 제구가 날리는 것을 김하성은 간파하게 무리하게 쫓아가지 않았고, 결국 볼 네 개를 연달아 보며 출루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공은 포수 마스크 한참 위로 치솟았다. 팩스턴이 짜증이 나는 듯 툴툴 거렸지만, 볼넷임을 직감한 김하성은 이미 1루로 뛰어 나갈 준비를 마친 뒤였다. 김하성은 2사 후 잭슨 메릴의 내야안타 때 2루에 갔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아 득점은 없었다.

다저스는 0-1로 뒤진 4회 다르빗슈를 공략해 동점을 만들었다. 선두 프레디 프리먼의 2루타, 윌 스미스의 적시타에 이어 맥스 먼시의 투런포가 나오며 3-1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6회 역전에 성공했다. 1-3으로 뒤진 6회 선두 매니 마차도와 주릭슨 프로파가 각각 이날 경기의 팀 7·8번째 볼넷을 골라 나갔다. 다저스 벤치는 김하성을 앞에 두고 움직였다. 필승조인 라이언 브레이저를 올려 진화에 들어갔다.

브레이저는 지난해 다저스 이적 후 3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70을 기록하며 단번에 다저스의 필승조로 자리했다. 다저스가 이 타이밍에서 올린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김하성을 상대하는 건 브레이저에게도 쉽지 않았다. 초구 슬라이더가 땅에 꽂히더니, 1B-1S에서 3구째 몸쪽 싱커도 빠졌다. 김하성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결국 제풀에 브레이저가 무너지며 볼넷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1루로 나가는 김하성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 김하성의 올해 삼진 비율은 18.4%로 지난해(19.8%)에 비해 낮아진 반면, 볼넷 비율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13.2%까지 오르며 삼진-볼넷 비율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김하성의 2021년 볼넷 비율이 7.4%였음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 최근 타격감이 좋아 김하성 대신 5번 타순에 배치되고 있는 주릭슨 프로파는 7회 1사 만루에서 세 명의 주자를 싹 다 불러들이는 3타점 2루타를 쳐 단번에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그렇게 볼넷 세 개로 무사 만루를 만든 샌디에이고는 루이스 캄푸사노가 병살타를 치며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한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지만 1루 주자 김하성과 타자 주자 캄푸사노가 모두 아웃됐다. 하지만 이 꺼져가던 불씨를 잭슨 메릴이 살렸다. 메릴은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친 뒤 유격수 무키 베츠의 송구 실책 때 2루까지 갔고, 그 사이 3루 주자 주릭슨 프로파가 홈을 밟아 3-3을 만들었다.

치열했던 승부는 7회 샌디에이고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7회 선두 잰더 보가츠가 다시 볼넷을 골랐다. 다저스는 7회를 앞두고 J.P 파이어라이젠으로 투수를 바꿨지만 지긋지긋한 볼넷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회를 잡은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안타를 쳐 1,3루를 만들었고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볼넷을 골라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매니 마차도가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나 김이 새는 듯했으나 최근 타격감이 좋아 김하성 대신 5번 타순에 배치되고 있는 주릭슨 프로파가 세 명의 주자를 싹 다 불러들이는 3타점 2루타를 쳐 단번에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김하성은 직후 타석에서 다시 볼넷을 골랐다. 이번에는 아예 고의4구였다. 새 투수 좌완인 알렉스 베시아는 김하성을 그대로 걸렀다. 2사 2루에서 일단 1루를 채워두고 승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김하성은 타석 기회를 한 번 잃었지만, 그래도 경기 네 번째 볼넷을 기록하며 실속을 챙겼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한 경기에 네 개의 볼넷을 기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리드를 잡은 샌디에이고는 6회 올라온 마쓰이 유키가 7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하며 승리의 다리를 놨다. 8회는 완디 페랄타, 9회는 마무리 로베르트 수아레스의 몫이었다. 세 명의 필승조가 자기 몫을 다한 샌디에이고는 다저스 막강 타선의 추격을 뿌리치고 6-3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 리드를 잡은 샌디에이고는 6회 올라온 마쓰이 유키가 7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하며 승리의 다리를 놨다. 8회는 완디 페랄타, 9회는 마무리 로베르트 수아레스의 몫이었다.
▲ 오타니 쇼헤이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안타를 치지는 못하는 등 4타수 1안타 2삼진으로 이날은 화끈한 장타쇼를 보여주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는 5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3실점을 기록했으나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다만 뒤이어 나온 네 명의 불펜 투수가 잘 이어던지며 힘을 냈다. 타선에서는 마차도가 홈런 포함 2안타, 그리고 프로파가 3타점, 메릴이 3안타를 기록하며 이날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는 이날 14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오타니 쇼헤이 역시 다르빗슈를 상대로 안타를 치지는 못하는 등 4타수 1안타 2삼진으로 이날은 화끈한 장타쇼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하성은 올해 삼진 14개, 볼넷 10개를 기록 중이다. 타율이 낮은 와중에서도 특유의 끈질긴 승부는 물론 공 자체는 잘 보고 있다. 이날처럼 2S에 몰린 상황에서도 공을 침착하게 잘 보며 유인구에 따라가지 않고, 그것으로 번 볼 카운트를 볼넷으로 이어 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김하성의 올해 삼진 비율은 18.4%로 지난해(19.8%)에 비해 낮아진 반면, 볼넷 비율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13.2%까지 오르며 삼진-볼넷 비율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김하성의 2021년 볼넷 비율이 7.4%였음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공 자체는 잘 보고 있는 만큼 이제 방망이에 맞아 나가기 시작하면 폭발적인 타격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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