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투기 엔진 1만개 신화 쓴 한화...호국의 심장부를 가다

최지훈 2024. 4. 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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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전투기 엔진 공장
기술자립도 높여 엔진 생산 선도국 도약 의지
수십개 거대 엔진 압권…"6세대 엔진 개발할 것"

"육·해·공군, 정부 및 참여업체 모두의 힘을 모아 해외에 의존했던 항공 엔진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대한민국 항공산업과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옥. 공군 전투기를 중심으로 호국의 심장인 엔진을 만드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긍심이 배어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5년 만에 1만 번째 엔진 출하를 달성했다. 이는 미국의 GE사와 영국의 롤스로이스사 등 엔진 기술에서 우리를 수십년 앞서던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됐다는 의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는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제는 우리가 엔진 생산 선도국 돼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기술은 특별하다. 45년 동안 맨땅에서 선진국의 엔진을 수입해 분해 조립을 수없이 반복하며 그야말로 온몸으로 체득해온 기술이다. 이런 기술의 핵심 집약지인 창원 공장을 찾았다.

먼저 이날 브리핑에서 중장기 계획과 비전을 밝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1만 번째 엔진 출하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넘어서는 포부를 제시했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전무)은 "이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전반에 대해 자체 제작을 넘어 6세대 엔진까지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며 "기존에 조립 단계의 생산 체체를 뛰어넘어 자체 소재 생산부터 조립 그리고 완성까지 엔진 전 주기의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부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인 F-22 랩터를 뛰어넘는 6세대 전투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군과 함께 6세대 엔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선행 개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가전략산업 선정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엔진 기술 개발은 특히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이 자체 완성 엔진 생산율을 80%까지 올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산학 연구를 통한 엔지니어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제는 몸이 아니라 머리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9년부터 생산해 온 항공엔진들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사진=한황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엔진 이렇게 많았어?

브리핑 이후 본격적으로 창원 제1사업장을 돌아봤다. 처음 마주한 본관 로비부터 눈을 사로잡는다. 다른 제조업 공장과 다르게 방산의 심장을 만드는 회사의 로비는 그 시작부터 달랐다. '사진 촬영 금지구역'이란 푯말 뒤로 수많은 엔진이 전시돼 있었다.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분야는 단연 공군이었다. 그중에서도 T-50 고등훈련기용 엔진은 한화가 부품을 제작하고 조립하는 부분만 전시가 돼 있었음에도 조립 구성품들이 수백 개에 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T-50을 제외하고도 8기의 전투기 엔진을 생산한다. 그중에서 우리 공군의 중추인 F-15K의 F110, F100 엔진과 4.5세대 전투기 KF-21의 F414 엔진 그리고 전투기 수출을 이끌고 있는 FA-50의 F404 엔진이 전시돼 있었다. 전투기의 경우 고도화될수록 엔진은 경량화되고 더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 이들 엔진들에서는 오랜 시간을 통해 집약되면서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기술력과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외에도 해군과 육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산도급 훈련합(ATX), 광개토대왕급 구축함(KDX-1), 인천급 호위함(FFX Batch 1),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차세대 소형무장헬기(LAH) 엔진을 선보였다. "한국 전투기 엔진의 역사는 한화의 역사입니다"라고 말한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전무)의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경원 사업장장은 "항공엔진 고장은 돌이킬 수 없는 인명, 재산 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번 엔진을 만들 때마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꼼꼼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지금 보시는 수많은 납품 사례가 작업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엔진공장', 심박이 뛰기 시작하다

다음으로 엔진 조립부터 시운전까지 가능한 창원 1공장의 핵심 기지로 이동했다. 엔진 조립 구역에서는 최소한의 엔지니어들이 각자 맡은 부분을 체크하며 부품을 조립하고 다시 확인하기를 반복했다. 특히 무인 운반기가 각 코드에 맞는 부품을 생산 시간에 맞춰 엔지니어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부품이 전달되면 엔지니어는 자기 자리에서 바로 업무에 착수했다. 

가장 압권은 엔진 시운전 테스트 구역이다. 시험장 안에 들어가서 본 거대한 실 가동 엔진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공장 주변에 아파트가 많았는데 주변 지역에서 전혀 의식하지 못할 만큼 방음, 방진, 방폭이 완벽했다. 

레버를 밀자 큰 엔진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오며 푸른색 열꽃이 피었다. 이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 대의 엔진이 비로소 납품된다. 장인의 수없는 망치질과 연단의 시간을 거쳐 하나의 칼이 탄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련의 생산 과정은 장인이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인고의 시간을 연상케했다.

조운래 엔진부품사업부 파트장(차장)은 "차세대 엔진은 45년간 쌓아온 기술력의 집약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우리나라가 선두의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애국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화의 엔진을 달고 영공, 영해, 영토를 지켜주시는 모든 분들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창원공장에서 진행된 항공엔진 1만 대 출하식에서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항공엔진은 극소수의 국가만 보유한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자, 항공우주산업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기술"이라며 "한화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은 대한민국 국방력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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