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아시아 최초 승인...중국 자금 빨아들일 듯
홍콩 증권·규제 당국이 15일 주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아시아 최초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출시한 것이다. 현물 ETF가 승인되면 가상자산을 주식시장에서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미국에 이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홍콩이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면서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화샤기금과 중국 최초 자산운용사인 보세라자산운용은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콩은 지난해 6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업체에 대한 규제 시스템을 발표하며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 과정을 밟았다.
홍콩은 새로운 가상화폐 상품을 통해 중국 본토의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 아시아 가상자산 허브로서 위상을 세운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본토에서 가상자산 거래와 투자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홍콩은 미국과 경쟁할 금융 허브로 키우기 위해 예외를 두고 있다. 중국 금융권에서는 홍콩의 가상자산 현물 ETF에 본토 자금이 빠르게 흘러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의 자금 유치 효과는 앞서 미국에서 이미 검증됐다. 지난 1월 10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현재까지 590억달러(약 82조원)가 유입되며 ‘미국에서 탄생한 가장 성공한 ETF’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콩이 미국보다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만 승인했고 이더리움은 여전히 검토 단계다. 그러나 홍콩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를 허용했다. 또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현금 상환만 허용하지만, 홍콩 당국은 현금과 비트코인 현물 상환을 모두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비해 거래가 더 쉽고, 추가 비용이 적어 자금 유치에 유리하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메탈파의 루시 후 수석 애널리스트는 “홍콩 ETF는 새로운 글로벌 투자를 가지고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상화폐 지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존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탈중앙화 금융의 수단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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