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없을 때 더 잘하는 전북 현대, 역습 위주 ‘실리 축구’로 반등

박효재 기자 2024. 4. 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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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와 광주FC의 경기. 결승골을 넣은 전북 송민규가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1 유일한 무승 팀으로 최하위까지 추락했었던 전북이 단 페트레스쿠 감독과 결별 이후 첫 승을 거두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경기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박원재 코치 대행 체제에서 오히려 더 좋아졌다. 전북이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서 벗어나 우승 후보로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북은 지난 13일 홈에서 열린 광주FC와의 2023~2024 K리그1 7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이기며 첫 승을 거뒀다. 1승 3무 3패가 되면서 승점 6점을 쌓아 순위도 10위로 두 계단 끌어올렸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포함 최근 공식전 무승 기록도 10경기째 만에 끊어냈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전북이기에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전북은 지난 시즌 득점 공동 1위 티아고, 인천 유나이티드 주포 에르난데스 등을 영입하며 스쿼드가 더욱 강력해졌고, 페트레스쿠 감독이 프리시즌부터 팀을 지휘하면서 조직력도 한층 끌어올렸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이번 시즌 공식전 9경기 1승 5무 3패에 그쳤다. 결국 페트레스쿠 감독이 K리그1 직전 라운드 강원FC전을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박원재 코치 대행 체제로 두 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전북은 직전 강원FC전보다 더 나아진 경기력으로 광주전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점유율은 47%였지만 슈팅은 13개로 광주보다 2개 많았다. 박스 안 슈팅도 11개로 광주보다 4개가 많았다. 그만큼 상대 진영에서 약속된 움직임을 바탕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초반 김상식 감독과 결별 이후 김두현 코치 대행체제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상황과 비슷하다. 전북은 김상식 사령탑 체제에서 지난 시즌 10라운드 만에 6패를 당하며 10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이후 소방수로 불려 나온 김두현 코치가 팀을 이끌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11라운드 FC서울전부터 18라운드 강원전까지 6승 2무 1패를 올리며 순위도 5위까지 상승했다. 김두현 코치는 이 기간 FA컵 5라운드까지 진출시키며 결승까지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

전북이 사령탑 공석 상황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이유로는 명확한 방향 설정이 꼽힌다. 앞서 김상식 감독은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주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짜주는 것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두현 코치는 이 부분을 빠르게 수정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박원재 전북 현대 코치. 프로축구연맹 제공



페트레스쿠 사령탑 체제에서 전북은 전방에 공격수를 많이 배치하는 것을 제외하곤 어떤 축구를 하려는지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원재 코치 체제에서 전북은 역습 위주의 실리 축구로 탈바꿈했다. 라인은 다소 내렸지만, 하프라인 부근에 촘촘하게 두 줄 수비를 세워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상대에게 볼을 빼앗으면 타겟맨 역할인 티아고에게 패스하고, 볼을 다시 받은 미드필더 이영재가 침투하는 윙어와 풀백에게 패스해 박스까지 빠르게 접근하는 식이다.

특히 광주전에서는 전략적인 인내도 돋보였다. 광주 선수들이 중앙으로 끌어들인 뒤 빈 곳을 활용하려는 의도를 간파하고, 전방 압박보다 자리를 지키는 수비로 맞섰다. 광주는 볼이 돌지 않자 최전방 공격수 이희균까지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오면서 전방에서 숫자 싸움의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고 결국 졌다.

하지만 전북이 반등 분위기를 제대로 가져가려면 빠른 감독 선임이 시급하다. 박원재 코치의 수비적인 운영은 전북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기보다는 감독 공석 상황에서 패배하는 경기를 줄여보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다. 박 코치는 광주전 이후 “최대한 빨리 (감독 선임을) 구단에 요청했다. 구단으로선 1년 새 두 번의 감독 교체를 겪으면서 많이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북은 외국인 감독 대신 선수단과 빠르게 융화할 수 있는 국내 지도자를 물색해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현 전 코치도 차기 사령탑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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