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큰 소리 폭언…법원 “제3자가 녹음해도 불법 아냐”

김해정 기자 2024. 4. 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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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괴롭힘을 입증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가해자의 폭언을 녹음하는 사례가 많지만,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가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으로 처벌당할 수도 있다.

2021년 12월 이씨는 김씨가 사무실에서 부하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욕설을 하자, 이를 녹음해 인사팀에 직장내괴롭힘으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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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무실 동료가 직장상사 욕설 녹음
검찰,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법원 “무죄”
게티이미지뱅크.

직장내괴롭힘을 입증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가해자의 폭언을 녹음하는 사례가 많지만,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가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으로 처벌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한 욕설을 녹음한 것은 통비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

1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경북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이아무개씨는 평소 직장상사 김아무개씨의 잦은 욕설로 고통받고 있었다. 2021년 12월 이씨는 김씨가 사무실에서 부하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욕설을 하자, 이를 녹음해 인사팀에 직장내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김씨는 ‘대화의 당사자가 아닌’ 이씨가 “불법 녹음을 했다”며 회사에 이씨를 형사고발하게 했고, 검찰이 통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이씨가 법정까지 서게 됐다.

그러나 지난 2일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종길)는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김씨의)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에 인정하기엔 부족”하고, “(이씨가) 사건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한 말이 “사무실에 있는 누구라도 들으라고 이야기한 것에 가깝게 느꼈다”는 동료직원의 진술과 “실제 사무실의 구조와 크기, 이씨 자리에 설치된 파티션의 높이 등을 고려해 이씨가 김씨의 발언 내용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공개된 사무실에서 피해자를 앞에 두고 다 들으라는 듯이 모욕적인 말이나 폭언을 할 때 주변 동료가 녹취하거나, 피해자가 자리에 있는데도 큰 소리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자의 험담할 때 피해자가 이를 녹취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이런 증거 수집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과 별개로 ‘공개되지 않은 다른 사람의 대화’ 녹음은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3월 대전지법은 직장내괴롭힘 입증을 위해 회사 인사팀의 조언에 따라 동료 직원 사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노동자에 대한 ‘정직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한용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는 한겨레에 “본인이 없는 장소에 녹음기만 두고 녹음하는 경우는 당연히 불법”이라며 “가청(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옆 팀장과 고객의 대화를 녹음한 사례가 불법이란 대법원 판례도 있어, 제3자의 녹음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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