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반납 오지환 “왜 이렇게 야구하고 있나 싶더라··· 현수 형한테 미안해”
LG 주장 오지환은 지난 12일 주장직을 반납했다. KBO리그 2024시즌 개막 후 불과 20일 만이다. 그만큼 심적 부담과 고통이 컸다. 오지환은 “주장으로서 팀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줘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 부분이 제일 컸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오지환은 1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해냈고, 새로 주장까지 맡아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지만, 초반 슬럼프가 워낙 깊었다. 여기에 주루 실수까지 이어지다 보니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야구를 늘 잘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주장이 되고 나서 겪는 부진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오지환은 “제가 야구를 한 두 번 못한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주장이 돼서 팀에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게 너무 싫었다. 이런 부담이 심적으로 오니까 숨이 턱 막히더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그냥 넘겼던 실수들도 주장이 되고 나서는 그냥 넘기기가 어려웠다. 연차가 쌓이고, 야구를 더 알게 되면서 플레이 하나하나의 중요성도 더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오지환은 “옛날에는 실수해도 빨리 넘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쉽게 잘 안 넘어가지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지환은 잠실 삼성전 연장 12회말 1사 1·2루 끝내기 찬스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하다 횡사했다. 그 전날 같은 잠실 삼성전에서도 4회말 1루에 있다가 견제사를 당했다.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은 “절대 오지환이 잘못한 게 아니다. 약점을 찾았다면 도전하는 게 맞는다”라며 감쌌지만, 선수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오지환은 “고참이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야구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김현수 등 선배들을 찾아 먼저 고민을 털어놨고, 김정준 수석코치와 염경엽 감독을 차례로 만나 주장 반납 의사를 전했다. 같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배들은 오지환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염 감독 등 코치진도 오지환의 뜻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주장 김현수가 오지환이 반납한 주장 완장을 다시 받았다. 오지환은 “현수 형이 주장을 계속해준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거라 좀 많이 미안하다”면서 “현수 형뿐 아니라 다른 모든 선배들한테 죄송하다”고 했다. 주장 반납 의사를 받아 준 염 감독과 코치진에도 감사를 표시했다.
활기찬 플레이가 돋보이는 오지환이지만, 사실은 생각이 많고 예민한 성격이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3홈런으로 팀 우승을 이끌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때도 한편으론 부담이 있었다. 이제는 주장직을 내려놓은 만큼 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오지환은 14일 두산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염 감독은 “지환이는 마음이 급하다. 멘털이 흔들리니까 타격 메커니즘까지 무너지는 것”이라며 “일단은 쉬면서 멘털을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오지환은 이날 경기 중 대타로 투입됐지만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올 시즌 현재까지 타율 0.221에 OPS 0.571을 기록 중이다.
LG는 이날 두산에 5-9로 패하면서 9승 1무 10패, 5위로 처졌다. LG가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진 건 2019년 4월19일을 마지막으로 1821일 만이다. 초반 부진을 딛고 LG가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오지환의 반등이 절실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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