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은 '셰플러의 벽'···누구도 넘지 못했다

양준호 기자 2024. 4. 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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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우승···2년만에 두 번째 그린재킷
11언더···3연속 버디, 후반 독주
유리판 그린 경사 기막히게 활용
퍼팅 코치·퍼터 교체도 결정적
최근 투어서 네번 중 우승 세번
'첫 메이저 출전' 오베리 2위에
안병훈 16위, 매킬로이는 22위
스코티 셰플러(왼쪽)가 15일 마스터스 시상식에서 지난해 우승자 욘 람이 입혀주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이나 소름을 유발하는 대역전극을 기대했던 골프 팬들이 많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코티 셰플러(28·미국)의 골프는 철옹성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제88회 마스터스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남은 것은 ‘역대급 명인’ 반열에 오른 셰플러를 향한 경탄뿐이다.

골프와 아내 메러디스, 교회밖에 모르는 세계 랭킹 1위 셰플러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7언더파 2위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를 4타 차로 따돌리고 2년 만에 그린재킷을 탈환하면서 우승 상금 360만 달러(약 50억 원)를 거머쥐었다.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보기 3개)로 4타를 줄인 셰플러는 2020년 첫 출전부터 마스터스에 다섯 번 나가 두 번 우승했다. 역대 마스터스 최소 경기 2승 기록 중 2위에 해당한다. 호턴 스미스(미국)의 ‘3전2승(1934·1936년)’ 다음이다. 나이로는 잭 니클라우스(미국), 타이거 우즈(미국),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에 이어 네 번째로 어린 나이에 2승. 최근 3년간 셰플러의 마스터스 성적은 우승, 공동 10위, 우승이고 5년간 최악이 첫해의 공동 19위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셰플러의 우승을 막아설 사람은 경쟁 선수들이 아니라 곧 태어날 첫아이인 것 같았다”고 썼다. 셰플러는 첫날 1타 차 단독 2위에 오른 뒤 “만삭의 아내가 진통을 시작하면 대회 중에라도 집(댈러스)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했었다. 다행히 뱃속의 아이는 아빠의 일을 기다려줬다. 셰플러는 “아내 없는 한 주는 정말 길었다”며 “마스터스를 한 번 더 제패하는 것과 아이를 만나는 일 모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이다. 아버지로서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다”는 말을 남기고 댈러스행 전용기에 올라탔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시작한 셰플러는 콜린 모리카와(미국)와 오베리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뒤 8번 홀(파5)에서 3m 버디로 달아났고 9번 홀(파4)에서는 102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으로 ‘샷 이글성 버디’를 보탰다. 10번 홀(파4)도 3m 버디. 중반 세 홀 연속 버디 뒤 셰플러는 2타 차 단독 선두가 돼 있었다. 그는 “아이언 샷이 썩 좋지 않았는데 9번 홀이 기점이 됐다. 후반 9홀은 아주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의 말대로 후반은 편안했다. 153야드 남기고 친 14번 홀(파4) 두 번째 샷을 탭인 버디로 연결해 네 홀 남기고 3타 차를 만든 뒤 16번 홀(파3) 3m쯤 되는 퍼트를 넣어 4타 차로 벌리며 우승을 예약했다.

‘마스터스 전문가’ 셰플러는 “쟁쟁한 선수들이 쫓아오고 있었기에 후반에 파만 계속해서는 어림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이언 샷을 떨어뜨려야 할 위치에 정확하게 떨어뜨려 유리판 그린의 경사를 기막히게 이용했고 부담스러운 거리의 퍼트를 잘도 넣었다. 지난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퍼트로 얻은 이득타수 부문 162위에 처졌던 셰플러는 퍼팅 코치 필 케니언을 만난 뒤 180도 바뀌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추천으로 맬릿형 퍼터인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투어X로 교체한 것도 적중했다. PGA 투어 최근 4개 대회 성적이 우승, 우승, 공동 2위, 우승이다.

시즌 초반인데 상금이 벌써 1500만 달러(약 207억 원)를 넘어섰다. 지난 시즌 상금은 약 2100만 달러(약 290억 원). 그런데도 셰플러는 앞코가 다 닳은 낡은 구두를 애용하고 주행거리 30만 ㎞ 이상의 2012년식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몬다.

셰플러의 캐디는 성경 연구 모임에서 만난 테드 스콧이다. 캐디가 받는 우승 보너스는 상금의 10%가 보통. 스콧은 셰플러의 시즌 3승에 우승 보너스로만 121만 달러(약 16억 7000만 원)를 챙긴다.

스코티 셰플러가 16번 홀 버디를 잡자 구름 관중의 박수와 환호가 터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루드비그 오베리. AFP연합뉴스

오베리는 마스터스 데뷔전에서 단독 2위를 차지하며 투어 최고 신성임을 확인했다. LIV 골프 소속으로는 캐머런 스미스(호주)와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2언더파 공동 6위로 가장 잘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2오버파 공동 16위의 안병훈이 최고. 매킬로이는 4오버파 공동 22위에 그쳐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을 또다시 미뤘다. 우즈는 트리플 보기 등으로 5타를 잃어 컷 통과자 가운데 꼴찌인 60위(16오버파)로 마감했다. 이날이 마스터스 100번째 라운드였던 우즈는 14개월 만의 ‘72홀 완주’에 만족했다. 그는 “그래도 좋은 한 주였다. 다음 달 있을 PGA 챔피언십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마스터스 100번째 라운드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타이거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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