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기자회견 피하고 또 국무회의? "변화 의지 없다"
총선 패배에도 일방향 소통 고수..."실질적, 실천적 반성 위해서는 기자회견 해야"
조선일보도 "취임 100일 이후 기자회견 없어..민주 국가 지도자 중 거의 없는 일"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국정기조 변화 요소로 꼽혔던 기자회견 개최가 결국 무산됐다. 여권의 총선 패배 책임 문제에 윤 대통령 입장 표명이 기자회견 형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국무회의 발언 생중계로 가닥이 잡혔다.
MBC와 SBS는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발언을 통해 구체적인 국정 쇄신 방향, 차기 국회와의 협력 방침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별도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한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조를 어느 정도 수위에서 요청할지 여부와 향후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 인선 방향을 어떻게 밝힐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일방향 소통 방식인 국무회의를 통한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국정기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8월 100일 취임 기자회견 이후 올해 신년 기자회견까지 뛰어넘으면서 기자와 직접 대면하는 형식의 자리가 사라졌다. 올해 신년회견 대신 KBS와 녹화 대담 방송을 택했지만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소통 방식이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입장과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국무회의가 총선 이후 첫 메시지를 밝히는 자리가 됐다.
총선 관련 대통령 메시지가 늦어질 경우 민심이 악화될 수 있어 되도록 빨리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대담이나 기자회견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국무회의를 통한 입장 표명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 당선인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주공화국 주권자의 헌법적 판단을 존중해,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자신의 국정운영 태도를 반성하는 대국민사과와 함께 국정기조의 전환을 선언하고, 그를 실천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15일 YTN에 출연해 “실질적인 반성, 실천적인 반성을 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국민들을 대신해서 질문하는 기자의 질문을 받을 수 있게끔 기자회견 방식을 채택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기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주말에 입장 발표를 미루면서 국민들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기자회견을 열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 첫 스텝부터 꼬인 것”이라며 “대통령이 변화 의지가 없다. 국민들 질문을 대신한 기자회견에서 성찰과 변화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등 '태도' 문제가 정권심판론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것이 소통 방식의 변화이고, 기자회견 개최가 될 수 있다는 제언이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언론에서도 기자회견을 열라는 제언이 쏟아졌다.
경향신문은 15일자 사설에서 “인사에 앞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년간의 국정 난맥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정에 새롭게 임하는 각오를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13일자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세계 민주국가 지도자 중에 거의 없는 일일 것이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기에 노력한다면 국민도 대통령을 다시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국정 쇄신 방안으로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교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후보군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주호영·권영세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장제원 의원 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관섭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국정운영 실패의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며 “더욱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인물들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어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권 대변인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 인선은 국민에게 드리는 대통령의 첫 메시지”라고 강조하면서 “하마평에 거론되는 인사들은, 대통령이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며, 앞으로도 불통의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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