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산화율·안전성·수출 모두 잡은 신한울…3·4호기도 기대감↑

울진=최민경 기자 2024. 4. 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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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1·2호기 전경/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경북 울진군 북면 바다 근처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아파트 약 27층 높이(76.66m) 건물 위로 솟은 둥근 돔형 지붕 두 개가 보인다. 용량 1400MW(메가와트)급 신형경수로, APR1400 노형이 적용된 신한울 1·2호기다.

지난 11일 찾은 신한울 1·2호기는 가동한 지 얼마 안 된 최신식 원전이다. 신한울 1호기는 2022년 말부터, 신한울 2호기는 지난 5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2010년 착공에 돌입했지만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준공 일정이 미뤄지면서 준공이 늦어졌다. 착공에서 가동까지 걸린 기간이 국내에 건설된 28개 원전 중 가장 길다. 이 정부 들어 운영허가를 받으면서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이 됐다.

신한울 1·2호기는 안전에 더 힘을 썼다.원전 격납건물의 외벽 두께는 122cm다. 일반 아파트 두께의 4~6배 수준이다. 주증기배관 등 추가 보강이 필요한 곳은 두께가 197cm까지 달하는 곳도 있다.

실제 미국은 27톤의 팬텀기를 시속 800km의 속도로 원전 외벽과 같은 조건의 콘크리트벽에 충돌시켰다. 비행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지만 콘크리트 외벽은 약 5cm 정도만 깨졌다. 새로 짓는 신한울 3·4호기는 항공기 사고까지 대비해 137cm 두께로 짓는다

신한울 2호기 주제어실 내부/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최신식 원전의 내부도 남달랐다. 삼엄한 경계와 신원 확인을 거쳐 들어간 신한울 2호기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원전의 두뇌, 조종석 역할을 하는 주제어실(MCR)이다. 두께 6.7cm, 무게 346kg에 달하는 육중한 방탄·방화문 뒤로 85평 남짓한 폐쇄 공간에서 모니터를 보며 일하는 근무자들이 보였다. 총 11명이 1개 조를 구성하고 모두 6개 조가 돌아가며 근무한다. 1개 조는 교육을 받고 나머지 5개 조가 24시간 3교대 근무를 선다.

특히 신한울 원전은 디지털화하면서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국산화를 이룬 최초의 원전이다. MMIS는 원전의 신경망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주제어실에서 발생하는 각종 신호를 처리하는 설비다. 주제어실 가운데 위치한 대형 정보 표시반(LDP)이 발전소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컴퓨터 고장을 대비해 아날로그 스위치로 제어할 수 있는 안전 제어반도 별도 설치했다. 일반인에겐 보이지 않지만 주제어실에서 상주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발전소를 안전하게 정지시킬 수 있는 '원전정지제어실'도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순범 신한울제1발전소 기술실장은 "신한울은 기존 원전에 없었던 LDP가 적용되면서 각종 제어장치의 100% 국산화에 성공한 원전"이라며 "외부 인터넷망과 분리돼 해킹으로부터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신한울 원전은 태풍에도 대비하기 위해 외부 노출설비도 최소화했다. 전압을 승압해서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주변압기는 기존 원전과 달리 밀폐형으로 설계를 변경해 외부 노출설비를 최소화했다. 염해로 인한 섬락을 방지할 수 있다.

운영허가기간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렸다. 내진성능 역시 기존 0.2g(중력가속도)에서 0.3g로 대폭 강화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많다. UAE에 수출한 원전도 이와 같은 APR1400 노형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 사업자요건(EUR) 인증과 미국 NRC-DC 인증도 모두 취득한 유일한 노형이기도 하다. UAE 수주 이후 체코, 폴란드 등 추가 원전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부지/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1·2호기 인근에 건설 재개를 시작한 신한울 3·4호기 부지도 둘러봤다. 부지를 고르게 하는 정지작업이 한창이었다. 41만평의 너른 부지에 3호기, 4호기 원자로가 들어설 곳이 각각 붉은 깃발, 푸른 깃발로 표시돼 있었다.

신한울3·4호기는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지만 2017년 8차 전기본에 빠지면서 탈원전 정책의 희생양이 됐던 원전이다. 지난해 10차 전기본에 재반영되면서 지난해 6월 실시계획 승인을 취득,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부지정지 착수를 시작으로 3호기 2032년, 4호기는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 재개를 가장 반기는 건 울진 주민들이다. 전체 건설공사비는 11조 7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신한울3·4호기는 건설기간 약 8년 동안 누적 총인원 약 720만명 참여를 통한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운영기간 60년 동안 2조원 규모의 법정지원금을 비롯한 각종 직·간접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서용관 신한울 제2건설소장은 "국가 산업 성장 속도에 맞춰 전력 설비가 절실한 상황에서 신한울3·4호기가 에너지 안보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많을 것"이라며 "기본지원사업비, 지역자원시설세, 사업자지원사업비 등 발전생산량에 따라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비용도 크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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