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확산 우려 고조되는 이스라엘·이란, 정유·석화·해운업 '긴장'
유가 상승과 더불어 중동 리스크 장기화 우려…"수요 감소 걱정"
정부 긴급회의 주재…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하는 등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 해운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재고이익이 나타나지만 리스크가 오래가면 결국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석화업계는 기초원료 가격 상승으로 원가가 오르는 악재가 전망된다. 해운업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이 나타나면 인근 다른 항구로 기착지를 변경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9% 상승한 85.66달러를,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0.7% 오른 90.45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이란이 이스라엘 공습을 본격화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이스라엘 본토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톱'을 드러낸 가운데, 이스라엘도 이르면 15일(현지시간) 맞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서방은 이르면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습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스라엘의 반격이 본격화될 경우 유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만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생산 시설이나 호르무즈 해협 등에 공격을 가해 원유 생산과 수출에 지장이 나타나면, 유가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론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가가 상승세에 있으면 기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미리 구매한 원유를 정제해 정제마진이 상승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정제마진 하락과 더불어 수요 감소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제품 수요가 줄어들어 정제마진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면서 "특히 한국은 원유가 나오지 않고,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기 때문에 마진 하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석화업계 역시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원료인 납사(나프타)의 가격이 상승해 원가가 높아지게 된다. 특히, 전방산업 악화로 석화업계가 지속 부진을 겪어온 가운데, 원가 상승분을 제품에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실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미국 등에서 셰일가스, 천연가스를 통한 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가격 경쟁력이 더욱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도 제조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최근 석화업계 전반이 부진을 겪고 있기에 원가가 올라도 제품 가격에 반영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최근 석유 기반 원료가 아닌 천연가스 등을 활용한 생산이 늘어나면서 원가가 저렴한 제품도 늘어나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에 가려면 꼭 지나쳐야 하는 관문이다. 국내 국적 해운사 HMM의 컨테이너선 4척과 벌크선 운항 노선이 있다.
HMM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로, 만일 봉쇄된다고 가정하면 '홍해 사태'와 같이 우회 노선을 선택할 수 없고 그냥 아예 중동 지역으로 배가 못들어가게 된다"면서 "현재로서는 해당 노선에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의 안전 운항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만약 봉쇄된다면 다른 인근 항만에 제품을 하역하고 육상 운송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4일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중동사태 관련 동향 점검과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비상대응반을 가동하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모니터링과 관계기관 공조를 통한 상황별 대응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도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휘발유 유류세를 역대 최대폭인 37%(리터당 516원)까지 내렸다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인하율을 25%로 줄인 이후 지금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인하 종료 시한을 연장하게 됐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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