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더 많은 이민이 필요하다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2024. 4. 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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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설명│“민주당은 이민자들을 ‘동물’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애원하지만 나는 안 된다고 했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다.”4년 만에 미국 대선에 재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45분 동안 유세 연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월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죄수들, 살인자들, 마약 거래자들, 정신병자들, 테러리스트들”을 미국에 보내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혐오 조장’ 논란을 무릅쓰고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불법 이민 문제가 2024년 미국 대선에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선 투표 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이민을 꼽은 응답은 20%로 경제를 선택한 응답자(14%)보다 많았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안보 대응에 비판적인 응답자는 65%로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민·국경 안보 문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였다. 국경 개방 등 바이든 행정부의 유화적인 이민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트럼프 진영이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뒤늦게 국경 안보 예산 처리를 요청하고, 남부 국경 지대인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을 방문하는 등 반이민 정서가 팽배한 유권자 달래기에 나섰다.저자는 대선 주자들의 반이민 캠페인은 미국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인 저출산으로 미국도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이민자에게 수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자가 미국 본토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게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첫걸음이라는 조언은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도 유효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민과 미국 남부 국경 상황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현 상황을 “바이든의 국경 유혈 사태”라고 불렀다. 사진 AFP연합

①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려는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들이 전례 없이 많은 수로 늘어나면서, 이민 문제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역설적이게도, ② 이민에 힘입은 인구 증가로 인해 미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 경제를 능가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 논쟁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일본 경제는 이민을 반대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르게 증가한 일본의 인구는 2010년 1억281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4년 초 1억2400만 명으로 감소했으며, 2055년에는 더욱 감소해 1억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경제 침체는 부분적으로 인구학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생산 가능 인구가 1993년 8680만 명에서 2010년 8150만 명으로 감소한 영향 때문이다. 이민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일본 정부가 결국 이민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한 배경이다. 이 같은 이민 장려 대책은 아주 약간의 성과만 거두었고 일본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인구 감소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을 비롯한 수많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국회의장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위기’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유럽연합(EU)의 노동 가능 연령 인구는 2050년까지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기에 유일하게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대륙인 아프리카에서도 인구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주요 이민’ 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미국의 노동 가능 연령 인구는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불법 이민을 완전 근절했을 것으로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의 노동력이 5% 감소하고, 미국 인구가 2100년까지 3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③ 인구와 노동력 감소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자본재에 대한 투자를 노동자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돌림으로써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의 평균 학력이 퇴직자보다 높다는 것은 퇴직자가 신규 진입자보다 교육과 훈련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가 퇴직자보다 적으면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의료 및 연금에 대한 수요가 전체 인구보다 빠르게 증가한다.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현 스탠퍼드대 국제개발센터 선임연구원, 전 IMF 수석 부총재

2019년 이후 미국 본토에서 태어난 노동자 수는 감소했지만, 이민 덕분에 전체 노동력은 2% 증가했다. 의회 예산국은 높은 이민율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GDP 성장률에 0.2%포인트를 더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안타깝게도 이민의 경제적 효과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이민에 대한 호감도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젊은 나이에 입국하는 이민자들은 의료, 건설, 서비스업 같은 산업에 필요한 필수 중간 기술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간호사와 건설 노동자는 은퇴한 고령자를 대체할 뿐만 아니라 의사, 엔지니어, 교육자 등 고도로 숙련된 전문직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미국의 생산량 증가를 촉진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실업률이 낮고 노동력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이민자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극우 포퓰리스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거의 없다. 오히려 이민자가 미국 원주민보다 법을 더 잘 준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도 불구하고 이민은 장기적으로 이민 수용국에 경제적으로 유익하다. 이민의 부작용에 대한 비생산적인 논쟁보다는 이민의 적정 비율을 결정하고, 합법성을 보장하며, 원활한 통합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미국의 공공 정책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은 이주민과 망명 신청자 출신 국가의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소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출산율이 2007년 여성 1인당 평생 2.1명에서 2020년 1.64명으로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이민 수준으로는 미국의 인구 감소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미국 노동력 규모를 유지하려면 미국은 매년 인구의 0.5%에 해당하는 160만 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민이 없다면 인구와 노동력은 매년 약 0.5%씩 줄어들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줄어드는 자국민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시급한 필요성을 인식함에 따라 이민자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식 장기 경기 침체를 피하려면 선진국 전반의 정치적 논쟁이 합법적 입국을 촉진하고 보다 효과적인 이민정책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2022~2023년 미국 정부는 불법 월경 건수를 각 200만 건 이상으로 집계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주요 매체에 따르면, 2023년 10월에 시작된 2024 회계연도에도 이미 100만 명에 가까운 이민자가 미국 남부 멕시코 국경을 넘어와 체포됐다.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이 월경한다는 보도도 있다. 오는 9월이 되면 불법 이민자가 3년 연속 200만 명을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24년 2.1%로, 2022년(1.9%), 2023년(2.5%)에 이어 3년 연속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세 속에서도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3%대로 내려왔다. 이같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는 주요 배경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민자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67.4%로 나타났다. 이민자 노동력 유입으로 노동시장이 균형을 찾으면서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이끌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민 노동력 유입 효과에 대해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계속해서 더 나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인구에서 생산 가능 인구(15~64세)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성장이 촉진되는 효과를 ‘인구 배당 효과(Demographic Dividend)’라고 한다. 생산 가능 인구 증가로 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14세 이하와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이로 인해 생산성이 개선되는 논리다. 반대로 저출산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면 부양률이 올라가 성장 여력이 감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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