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종의 세계의 창 <2>]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세계경제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김흥종 고려대 특임교수 2024. 4. 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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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저질러 놓은 ‘제2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임기 첫날 폐지될 것이다. 이것은 첫 번째 것보다 더 나쁘다. 아시아로 아웃소싱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또 다른 엄청난 세계화 괴물로서, (우리) 농부와 제조업자를 박살 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23년 11월 18일(현지시각) 아이오와주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공들여서 협의해 온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또 다른 TPP로 보고 당장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IPEF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인·태) 지역 14개국이 네 개 필라 중 공급망, 청정 경제, 공정 경제의 세 개를 합의한 경제 협의체로, 합의한 분야를 조만간 이행하고 연결 경제 분야의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인·태 지역 국가 사이에서는 큰 파장이 일었다. 왜냐하면 미국의 IPEF 탈퇴는 인· 태 지역에서 안정적인 교역 질서와 환경 협력 등의 제도적 장치를 위태롭게 하고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이 지역, 나아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태롭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서서히 수면으로 떠오르자 전 세계는 그 영향을 파악하고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김흥종 고려대 특임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박사, 옥스퍼드대 명예 펠로, 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 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트럼프 2기, 관세 전쟁 재현으로 세계경제 파장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그 영향은 세계경제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자 무역 질서를 규율해 온 세계무역기구(WTO)는 더욱 무력화될 것이다. 2024년 2월 말 개최된 WTO 제13차 통상장관회담(MC 13)에서 이뤄낸 합의 사항 중에서 많은 부분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예컨대 연말까지 WTO 분쟁 해결 절차 개혁안을 도출하자는 합의도 가망 없는 일이 된다. 개발을 위한 투자 원활화(IFD)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에서 문제 됐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전쟁도 더 진화한 형태로 재현될 것이다. 트럼프와 그의 캠프 인사에 의해 발표된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2025년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 10% 부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으로부터의 필수재 수입을 4년 안에 없애는 계획이 시도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민은 다시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실질소득은 줄어든다. 세계무역 질서는 파국으로 치달아 보복 조치가 난무하는 피비린내 나는 경제 전쟁터가 될 것이 뻔하다.

독일경제연구소(GEI)는 앞서 살펴본 고율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40% 관세 보복을 할 경우 그 영향을 추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4년 동안 최대 1조달러(약 1367조원)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예상된다. 이것은 미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세계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세계 GDP 수준은 2028년에 1%포인트 낮아진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독일의 경우 기존 대비 GDP 1.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발전된 보호주의 조치로 기업 부담도 증가

트럼프 1기에서 화웨이 등 일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바이든 정부 들어 폭넓은 수출 통제, 수입 및 투자 규제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으로 확대된 바 있다. 트럼프 2기는 이를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바이든 정부가 개별 기업 또는 국가와 협상을 통해 허용한 예외 조치를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반도체 칩과 과학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돼 있는 독소 조항이 유예나 완화 없이 그대로 시행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반도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상당히 타격받게 된다. 예컨대 중국에 투자한 우리 대기업의 반도체 공장에 대한 유럽 기업의 장비 반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미 전기차 수출에 다시 제약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관계가 특히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태평양 국가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유럽연합(EU) 간 무역기술위원회(TTC)가 다루는 주제는 대서양 양 지역 간 기술 표준, 기후 및 청정 기술, 공급망 안정, 디지털 안보, 데이터 거버넌스와 기술 플랫폼, 수출 통제, 투자 스크리닝, 중소기업 디지털 활용 등 최근에 와서 핵심적인 국제 통상 이슈를 총망라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합의가 지연될 경우 투명하고 합리적인 규제 조치의 미비로 인·태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큰 비즈니스 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게다가 철강과 알루미늄 교역 문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분담 문제, 와해되는 환경 협력 등 트럼프 1기에서 이미 문제 된 분야는 다시 갈등 양상으로 바뀔 것이다.

사진 셔터스톡

한국 대응 방안은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애써 낮춰보며 희망 회로를 돌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유럽같이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를 상정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EU는 트럼프 측과 인맥 구축에 노력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트럼프 집권 영향 평가를 진행 중이며 미국 디지털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디지털세를 재정비하고 있다. 핵심 광물 협정과 지속 가능한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한 글로벌 협정도 진행 중이다.

둘째, 다가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물러서지 말고, 줄 것과 받을 것을 계산해서 실리를 거둘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10% 관세 부과가 실현된다면,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적극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 요구가 거세질 것인데,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셋째, 미국 이외의 유사협력국(likeminded countries), 예컨대 EU, 일본, 호주, 캐나다 등과 공급망 안정, 녹색 전환, 광물 협정, 비관세장벽, 노동·환경 조건 분야에 관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양자, 소다자주의 협력 등 모든 가용한 방안을 다 강구해야 한다. 이 나라들과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사전 협의하거나 구상 또는 시행 중인 여러 조치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넷째, 트럼프 재선을 긍정적인 기회로 삼아 보자. 현재 녹색 전환은 통상 분쟁으로 번지고 있으며, 녹색 전환에 뒤처져 있는 한국 산업에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다시 화석연료 기반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녹색 전환을 위한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다. 유럽, 미국 그리고 중국보다 훨씬 뒤처져 있는 우리의 녹색 전환을 착실히 진행해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전력 분야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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