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첼리스트 허정인의 ‘크로이처’ [공연리뷰]
롯데콘서트홀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석촌호수가 이렇게나 정겨웠던지. 롯데 마티네 콘서트는 이 맛이다.
첼리스트 허정인의 베토벤 앨범 출시를 기념한 리사이틀을 다녀왔다. 지난해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에 이어 두 번째 연주회다. 지난 번 연주회에 비해 한결 무게를 덜어냈다.
1부는 앨범에 담은 세 곡의 변주곡이었고, 2부는 ‘크로이처’. 바이올린 소나타 Op.47을 첼로로 연주한 것인데, 베토벤의 직계제자 카를 체르니가 편곡을 남겨 좀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실 첼로로 연주하는 크로이처가 몹시 궁금했다.
1부 세 곡의 변주곡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WoO 45),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소녀 혹은 귀여운 아내’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op.66),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WoO 46)으로 모두 이번 앨범 수록곡이다. 앨범에는 호른 소나타 F장조 op.17의 첼로버전이 담겨 있는데, 이날 연주회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 Op. 47 ‘크로이처’로 대체했다.
피아노의 솔로 타임에도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는다. 눈을 감고, 머리를 들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종종 고개를 돌려 반주자에게 보내는 눈빛조차.
허정인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도 연주를 충분히 즐기고 있구나’ 싶어진다. 그는 이 연주회의 첫 번째 관객이자,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관객이다.
2부에서는 강렬한 레드로 의상을 바꾸었다. 드레스 스타일의 바지라고 해야하는 건가. 연주하기에는 좀 더 편할 것 같다.
그리고. 과연, 크로이처는 대단한 연주였다.
베토벤이 남긴 총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9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곡. 1803년에 ‘크로이처’ 소나타를 발표한 베토벤은 무려 9년이나 지난 뒤에야 마지막 10번째 소나타를 썼다. 앞선 8개의 소나타의 작곡시기가 1799년에서 1802년 사이에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토벤으로서는 크로이처를 끝으로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는 더 이상 세상에 보여줄 것이 없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바이올린의 화려하고 현란한 기교 부분을 어떻게 첼로로 이식했을까가 궁금했는데, 답은 허정인씨의 ‘바쁜 왼손’에 있었다. 바이올린보다 먼 음과 음 사이의 물리적 간격을 그는 놀라운 기교를 통해 인식할 수 없는 심리적 거리로 바꿔 놓았다.
바이올린 생각이 머릿속에서 싹 사라지게 하는 연주로, 첼로의 현에선 용접의 순간처럼 불꽃 분수가 튀어 올랐다. 첼로와 피아노가 격정적인 대립으로 맞설 때면 근육이 긴장되어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허정인의 베토벤은 앨범으로도 연주회에서도 경험해 보았지만 전형적이지 않고, 무겁지 않은 해석을 보여준다. 기준점을 과히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여기저기에서 모험의 흔적이 발견되는 연주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스타일로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베토벤이라고 생각한다.
볼 때마다 놀라운 것은 그의 반주적 센스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의 감각이 좋은 데다 빠르게 연주하는 부분에서의 힘조절은 가히 놀랍다. 팔뚝 어딘가에 조절 레버 같은 것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날도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족하지 않게 드러내면서도 허정인의 첼로를 한결 반짝 반짝 빛나게 만들었다. 다수의 독주자들이 그와 연주하기를 바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날 연주회는 허정인이 지난 수년간 뚝심있게 추진해 온 ‘베토벤 프로젝트’의 종착항이었다. 다음 여정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부디 올해가 가기 전, 배가 새로운 어행을 시작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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