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그래도 인재육성은 지속되어야 한다.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4. 4. 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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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교육시장의 붕괴

부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수한 인적자원의 역할이 크다. ‘나는 굶더라도 자식만큼은 가르치겠다’는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이어졌다. ‘선배에 의한 후배 육성’이 현장에서 하나의 가치이며 문화가 되었다.

국력이 강해지고 기업이 성장하면서 주먹구구식의 현장 교육은 체계를 갖추고 연수원이나 사내 교육장을 통해 집합 교육 형태로 진행되었다. 업무 현장을 떠나 특정 주제에 대해 별도 장소에서 교육생을 선발하여 교재와 강사에 의한 인재육성을 진행하였다. 대표적인 교육이 신입사원 입문 과정이며, 승진자를 대상으로 하는 승진 교육이었다. 직무 교육도 회사의 업무 특성에 따라 직무 체계를 구분하고, 기초과정, 양성과정, 심화과정 등으로 나눠 자격을 부여하며 진행되었다.

기업 교육 시장의 붕괴를 촉발하는 3가지 큰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코로나19이다. 집합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현업을 떠나 특정 장소에 모여 교육을 진행했는데, 이것이 불가능해져서 모든 집합 교육이 연기 내지는 폐지되었다.

둘째, 기업 경영의 악화이다. 코로나 19, 전쟁, 강대국의 이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영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기업은 성장이 아닌 생존이 화두가 되었다. 당장 망하지 않기 위한 전략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부가가치와 성과에 직결되는 과제에 집중하게 되었다. 장기적 관점의 투자와 시혜성 과제는 생존이라는 가치 하에 연기되거나 무시된다. 인재육성이 중요하지만 생존 차원에서 강조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게 되었다.

셋째, 대 퇴직 시대의 이직이다. 평생직장 시대에는 구성원의 성장에 대한 책임에 회사가 차지하는 몫이 클 수밖에 없다. 회사가 주도적으로 조직과 구성원의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진행하였다. 사회 전반에 여러 이유로 쉽게 퇴직을 한다. 중소기업 CEO가 “가르쳐서 일을 할 만 하면 퇴직한다”고 불만이 높다. 일부는 교육이 왜 필요하냐고 한다. 역량이 되는 직원을 선발하면 된다고 한다. “굳이 신입사원을 선발해 힘들게 가르치면 퇴직하는데, 우리가 무슨 사관학교냐?”며 역정을 낸다.

코로나19, 기업 경영의 악화, 잦은 이직이 우리 기업 교육 시장을 붕괴시켰다. 물론 IT를 기반으로 비 대면 교육 프로그램으로 성장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기업의 HRD 부서가 핵심부서인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재육성을 하지 않는 기업, 공교육의 붕괴, 기준이나 규범이 없는 사회, 결혼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서 우리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

인재육성은 이어져야 한다.

인재육성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사회, 가정의 평생 교육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기고에서 논의하는 주제는 기업교육이다.

아무리 질병, 경영악화, 이직 등으로 인해 인재육성에 몰입할 수 없다고 해도 인재는 중요하다. 우리는 내부에서 인재를 육성하지 않고, 외부에서 역량 있는 인재를 영입하여 지속 성장을 이루어 가겠다는 CEO는 없다. 외부 영입 인재만으로 성장은 한계가 있다. 내부 임직원들이 한 마음 한 방향 정렬을 해야 한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정체되지 않고 성장해야만 한다. 임직원들 입에서 “내가 이곳을 퇴직하지 않는 이유는 주변 상사, 선배, 동료, 후배들에게 너무나 많이 배우기 때문”이라는 말이 회자 되어야 한다.

회사가 인재육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물론 기업마다 사업 본질, 비전과 전략, 현재 조직과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가장 비중을 두는 교육이 다르다. 중점을 두어야 하는 5영역의 교육이 있다. 이 교육만큼은 기업이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① 가치관 교육이다. 핵심가치 중심의 내재화와 체질화로 한 방향 정렬이 목적이다.

② 리더 육성 교육이다. 리더십 파이프 라인에 의한 체계적이고 지속적 리더(팀장/ 본부장/ CEO) 선발과 유지관리를 하여 강한 리더 육성에 있다.

③ 직무 전문가 육성 교육이다. 직무 단계를 통상 3~4수준으로 구분하여 현업 중심의 직무 전문성 강화가 목적이다.

④ 글로벌 인재 육성교육이다. 주재원 또는 글로벌 담당 지역의 담당자 역량 강화뿐 만 아니라 현지 채용인의 리더십 및 전략적 육성이다.

⑤ 미래 먹거리 창출 교육이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다. 회사가 생존, 성장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를 교육 측면에서 사전 제안하는 형태이다.

인재육성의 방법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집중해야 하는 교육은 철저하게 현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신 교육 차원의 1~2시간 정도의 특강도 중요하지만, 선발된 인원에 대한 3개월 이상의 중장기 교육이 요구된다. 철저한 진단으로 대상자를 엄선하고, 이들에 대한 집중 교육으로 리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대상자를 모으고 교재를 중심으로 강사가 강의하는 기존 교육 방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HRD 부서는 이제 컨텐츠 개발, 진단, 컨설팅/카운셀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HRD 조직과 담당자의 역량이 강화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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