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응에 촉각···셈법 복잡해진 네타냐후 [이란-이스라엘 분쟁]
주권 영토 침해당한 이스라엘, 대응 수위와 시기 고민
이란-이스라엘 '게임의 규칙' 달라져.. 대응도 변해야
동맹국 관계 VS 억지력 강화 VS 낮은 지지율 속 고민
13일(현지 시간) 이란의 전례 없는 대규모 보복 공습에 자국 영토를 공격받은 이스라엘이 어떤 대응을 할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못지 않은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경우 중동 전역이 전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중동 지역을 전면 분쟁으로 몰아넣는 것은 두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주권 영토를 침해당한 이스라엘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억지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고민도 있다. 낮은 지지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자지구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동맹국들과 균열을 일으켜 왔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서는 자신의 지지 세력인 강경 극우세력과 동맹국 요구와의 간극을 조율해야 하는 점도 넘어야 할 숙제다.
앞서 이란은 13일 밤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영사관 습격으로 이란 정예군 장교를 포함한 13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12일 만이다. 이란은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해왔다. 하지만 드론과 미사일 300여기를 이스라엘 전역으로 쏘는 공습은 국제사회의 예상보다도 훨씬 규모가 큰 ‘전례 없는 보복’이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오랜 적대 관계를 유지했지만, 상대국 영토에 직접 군사적 공격을 가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번 공습이 40년 간 적대 관계에 있었던 두 나라의 ‘그림자 전쟁’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극적인 효과를 낳았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인 라즈 짐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통해 “이것은 새로운 단계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처음 경험하는 직접적인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게임의 규칙’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 이후 보복을 종료됐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기에 공은 이스라엘로 넘어왔다. 이스라엘이 대응에 나설 경우 이란 역시 “내일 공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란의 공습은 이스라엘에 큰 피해를 낳지 않았기에 미국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동맹국과 국제사회는 여기서 갈등이 잠정 종료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실제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이란 반격은 어떤 것이든 하지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의 속내는 복잡하다. 우선 주권 영토를 침범 당한 자유 국가로서 외부 침입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외부 세력은 물론 내부 국민에게도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방어가 끝나면 이번 공습에 대응할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전쟁은 싫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스라엘도 똑같이 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대응하지 않으면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질 것”이라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국민도 있다.
이번 이스라엘 공습에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반군 등 이슬람 무장세력이 가세했다는 점도 이스라엘의 강경한 대응을 촉구하는 요소다. 여기서 물러날 경우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습과 같은 일이 재차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네타냐후 연립정부의 강경파들은 이런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촉발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언급하며 “중동에서 억지력을 만들려면 집주인이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자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역시 “우리가 주저한다면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이 실존적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시선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 특히 이스라엘이 치르고 있는 가자 전쟁이 사실상 ‘민간인 학살’이나 다름없다는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중이었다. 이번 이란 공습으로 여론을 돌릴 기회가 찾아온 셈이지만 동맹국의 요구를 무시한 채 중동을 전란 상태로 몰아넣을 경우 다시 ‘글로벌 왕따’가 될 수도 있다. 짐트는 “이스라엘이 대응 수위를 결정할 때 두 가지를 유의해야 하는데 하나는 미국의 입장이고, 두번째는 이란에 대한 대응이 가자지구 하마스에 대한 공습 능력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이 소집한 G7 정상회담의 결론이 이스라엘 대응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회의 수장이었던 에얄 훌라타는 “국제사회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대응도 더 강경해져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이 가만히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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