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해적 대장’ 맥커친, 돌고 돌아 고향팀에서 300홈런··· 피츠버그 새 황금기 기다리는 황혼의 레전드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팬들에게 앤드루 맥커친(37)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특별하다. ‘만년 하위권’으로 조롱받던 2000년대 질곡의 역사를 끊어낸 상징적인 선수가 바로 맥커친이다. 그가 공수에서 팀의 중심으로 부상한 2013시즌, 피츠버그는 2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피츠버그가 정규시즌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한 것도 21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후 2015시즌까지 피츠버그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1990년대 초반 배리 본즈의 시대 이후 20년 이상 이어졌던 암흑기를 청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맥커친의 시대는 영원하지 않았다. 피츠버그는 스몰마켓 구단이고, 어느새 리그 최고 스타로 떠오른 그를 계속 안고 가기는 힘에 부쳤다. 2017시즌 종료 후 피츠버그는 FA를 1년 앞둔 맥커친을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 했다.
피츠버그 시대가 막을 내리고, 맥커친의 전성기도 끝이 났다. 20개 이상 홈런에 OPS 0.9 이상을 기록하며 빠른 발로 수비와 주루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던 그가 서른 줄이 되고 나서는 그저 그런 외야수 중 1명이 되고 말았다. 어느 한 팀에 정착하지 못하고 ‘저니맨’으로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양키스, 필라델피아, 밀워키까지 방랑이 이어졌다.
맥커친을 떠나보낸 피츠버그 역시 과거의 약팀으로 전락했다. 2018시즌 82승 79패를 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그 이후로는 승률 5할도 기록하지 못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2시즌 연속 정규시즌 100패 이상을 했다.
맥커친과 피츠버그는 결국 다시 만났다. 2023시즌, 36세가 된 황혼의 맥커친이 1년 500만 달러의 ‘푼돈’ 계약으로 6년 만에 복귀했다. 부상으로 112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OPS .776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베테랑으로 역할을 다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피츠버그는 76승 86패 승률 .469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반등의 기틀을 잡았다. 2018시즌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2024시즌 맥커친은 메이저리그 16년 경력에 의미 있는 기록 하나를 세웠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에서 열린 원정 필라델피아 경기에서 통신 300번째 홈런을 날렸다. 시즌 1호 홈런이자 통산 300홈런. 맥커친의 쐐기포로 피츠버그는 필라델피아를 9-2로 꺾었다. 통산 300홈런에 딱 하나를 남기고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마쳤던 터라 의미가 더 각별했다.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 모두가 선 채로 박수 치며 맥커친에게 환호를 보냈다. 팀 동료 잭 스윈스키는 MLB닷컴에 “커치(맥커친의 애칭)가 해내는 걸 보니 정말 특별했다”며 “모두가 그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투수 미치 켈러는 “지난해부터 오랜 시간이 걸렸단 걸 알고 있다. 마침내 해냈다. 어깨의 짐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감독 데릭 쉘튼은 “우리 더그아웃의 반응을 봤다면 그가 우리 팀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커친은 영원한 ‘해적 대장’이기를 원했지만, 자금력이 떨어지는 피츠버그의 숙명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기 후 그는 “누군가 내게 피츠버그 유니폼만 입으라고 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여기서 계속 그렇게 하고 싶다. 이곳 외에 다른 곳에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돌고 돌아 고향팀으로 돌아왔고,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커리어를 피츠버그에서 마무리할 기회를 얻었다.
피츠버그는 새로운 황금기를 준비 중이다. 오닐 크루스, 키브라이언 헤이스 등 젊은 선수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시즌 깜짝 활약했던 배지환이 부상 후 복귀를 기다리며 재활 중이고, 마이너리그에는 대형 유망주 심준석이 있다. 젊은 팀 피츠버그에 원조 프랜차이즈 스타 맥커친의 역할은 작지 않다. 이날 승리로 피츠버그는 11승 5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공동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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