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중·중러·북러 연쇄 정상회담 가능성…尹정부 외교도 시험대
푸틴, 연내 中 국빈방문 공식 발표…“최고위급 접촉 위한 준비”
북중·중러 수교 75주년 맞는 10월 주목…연쇄 양자회담설 솔솔
북중러 연쇄 접촉 가능성…중동 사태·국내 정치 직면한 한미일
‘192석 범야권’ 尹외교 견제 시작…“한국만 왕따되는 모양새”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국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사흘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면서 연내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북중 수교 75주년과 중러 수교 75주년이 있는 10월 초 북중러 연쇄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1~13일 평양을 방문한 자오 위원장은 2019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북한을 찾은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3일 자오 위원장을 접견하고 양국 교류 협력 확대 및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자오 위원장의 방문에 대해 “올해를 ‘조중(북중) 친선의 해’로 선포한 데 이어 진행된 중국 대표단의 평양 방문은 조중 친선의 불패성을 과시하고 전통적인 두 나라 친선협조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굳건한 친선의 전통을 줄기차게 계승·발전시켜 사회주의 위업을 힘 있게 추동하고 인민들에게 실질적인 복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두 당, 두 나라의 공통된 의지가 '조중 친선의 해'의 책임적인 진전과 성과적인 결실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자오 위원장은 앞서 지난 11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회감을 갖고 양측 간 교류협력 강화와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자오 위원장은 12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조중친선의 해 개막식에 참석해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 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 공고히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시종일관 전략적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최고위급 교류를 통해 북중 양국 간 교류 협력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북중 정상은 신년 인사를 통해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를 선포했다.
자오 위원장의 방북에 답방 성격으로 조만간 최 위원장의 방중이 이어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만났고 지난 1월에는 쑨 부부장이 평양을 답박했다.
최선희 외무상 등 외교장관급 교류가 주목되는 가운데, 남은 건 양국 간 최고지도자 간 교류다. 북중 수교일이 10월6일인 만큼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한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전까지 중국,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는 외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러에 답방으로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올해 중러 수교 75주년(10월2일)을 앞두고 러시아는 연내 푸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시 주석을 예방했고,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의 중국 방문은 다가오는 최고위급 접촉을 위한 준비”라며 “실제로 그런 접촉은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올해 북중러가 연쇄적으로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형식으로 연대를 과시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8월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3국간 연대를 과시했지만, 이후 국제 정세나 각국의 내부 정치 상황이 어렵게 흘러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을 시작으로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집권 중간 평가인 총선 결과를 통해 정권심판론에 직면하게 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고 범야권 192석의 승리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때 워싱턴 D.C.에서는 미일 정상회담(10일), 미-필리핀 정상회담(11일), 미-일-필리핀 3자 정상회담(11일)이 연쇄적으로 열렸다.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한 이번 연쇄 정상회담으로 미일 군사동맹은 더욱 강화되고,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하는 소다자 동맹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북한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물밑 접촉을 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힘을 실어주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이 주변국의 긴밀한 움직임 속에서 자칫하면 ‘외교 고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범야권은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도 견제하고 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지난 12일 북중, 북일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을 언급하며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만 왕따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을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태도는 변함이 없는데, 미국, 일본, 중국과 정보는 공유하자는 것인가”라며 “이렇게 남북문제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신경한 정부는 처음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은 14일 최근 중동 사태에 대해 “윤 정부는 냉전적 이념과 진영논리에 빠져 한쪽 편만 드는 방식으로 국익을 지속적으로 훼손해왔다”며 “한반도 상황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이번 중동사태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대한민국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를 제대로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독일, 덴마크 국빈방문 일정을 순연한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재개되는 시점이 주목된다. 주요 다자회의는 오는 이탈리아에서 6월에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으로 참석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로는 6월 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선 5월 말 우리나라가 주최국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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