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김지원을, 또 김수현을 슬프게 하는 것들!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4. 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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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14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 12회에서 백현우(김수현 분)가 홍해인(김지원 분)을 데려간 용두리의 고백 맛집은 아름다웠다.

고갯길을 제법 올라 내려다 보는 풍경. 맞은 편 비슷한 높이쯤엔 지는 해가 걸려 있었고 좌측의 순한 산세에는 아직 잎이 나기 전의 나무들이 고양이 털처럼 황금빛을 머금고 있었다. 정면으론 어디 멀리서부터 달려왔을 품 넓은 강이 유순하게 구비를 돌고, 그 위를 가로지른 다리 두 개. 작은 벌판 동떨어진 교회로부터 시작되는 우측 마을은 차분히 낮 동안의 수고를 석양 빛에 씻어내고 있었다.

“여기가 우리 동네 고백 맛집 같은 곳인데 현재 스코어 백발백중이랄까? 여기서 고백하면 백프로 이뤄진달까, 뭐 확률상 그런 분위기야” 백현우가 건네는 인포메이션은 그럴싸 했다. “사람 얼굴도 살짝 원톤으로 보이면서 아무래도 더 예뻐보이고, 어, 지금 해인이 너도 엄청 이쁘거든!” 덧붙인 부가 설명은 기분 좋았다.

그리고 그 자리서 현우는 해인 어깨에 걸쳐줬던 제 코트 주머니에서 꺼낸 다이아 반지를 주저주저 내밀며 요청해 왔다. “결혼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테니까 이혼만 좀 취소하면 어떨까?”

제 손으로 꺼내 끼어본 그 반지가 약지에 꼭 맞았을 때, 그래서 ‘이 남자 아직 내 사이즈를 잊지 않았구나’ 싶었을 때 해인은 슬펐다.

그 반지를 다시 빼주며 “반품 해!”라며 거절해야 했을 때, 이유를 채근하는 현우에게 “결국 당신을 못알아봤어... 말했지? 다음 단계가 오면 당신 곁에 있고 싶지 않다고. 그게 생각보다 빨리 와 버린 것 같아!”라 말해야 했을 때, 무엇보다 노을도 예쁘고 석양빛 때문에 백현우가 더 멋있어 보이는 바로 그 때 그 곳에서 아무런 약속도 할 수 없는 제 처지가 해인은 말할 수 없이 서글펐다.

윤은성(박성훈 분)이 차지한 본가에서 빠져나와 백현우의 오피스텔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방 하나, 거실 겸 주방 하나인 좁은 곳. “여기가 신혼집이면 어땠을까. 너랑 나랑 싸워도 어디 갈 데도 없는 이런 데서 신혼을 보냈으면 좋았겠다” 백현우가 제 생각을 말했을 때 ‘과연!’ 싶은 후회도 들었다.

그리고 그 백현우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맛있었을 때, “나 죽으면 다른 여자 만날 거야? 다른 여자랑 이렇게 싸워도 도망갈 데 없는 아늑한 집에 살면서 보글보글 찌개도 끓여주고 알콩달콩하고 그럴 거야?” 말하면서 시샘과 질투가 에스컬레이드 됨을 느꼈을 때 해인은 슬펐다.

소파에서 잠든 현우의 얼굴을 손가락을 띄워 따라 그려본다. 잘생겼지, 착하지, 똑똑한데 잘난 척도 안하지, 심지어 찌개도 잘 끓이는 이 남자. 그래서 저라면 백 번 다시 태어나도 백 번 다 다시 만나고 싶은 남자 백현우. 내가 두고 떠나야 할 사람. 결국 백현우의 모든 것은 해인을 슬프게 한다.

독일에서였다. 이혼협약서의 존재를 해인이 알게 된 밤, 해인은 호텔 슬리퍼 차림으로 사라졌었다. 그녀를 찾은 곳은 도로 한 복판. 달리는 트럭으로부터 가까스로 구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텅 빈 눈으로 “백현우, 다음에 또 이런 일 생기면, 나 살리지 마!” 했을 때 백현우는 슬펐다.

그녀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주고자 “당신 석 달 뒤에 죽는댔을 때 솔직히 아, 난 살았구나 했어. 딱 석 달만 더 견디면 깔끔하게 헤어지는 거잖아. 근데 들켜버렸네? 그런데 네가 아무 것도 안하고 다 포기하고 그냥 이혼해준다고 하면 솔직히 난 고맙지.” 위악을 떨었을 때 백현우는 슬펐다.

비오는 밤 고양이 밥을 주다 “근데 당신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애교스럽게 물어오는 홍해인은, 끔찍한 기억을 삭제라도 하듯 기억퇴행을 선택한 홍해인은 백현우를 슬프게 했다.

대중 앞에서 “나는 윤회장에게 협박을 받았습니다. 제 남편이자 법무이사였던 백현우씨에게 어떤 혐의라도 뒤집어 씌워 감옥에 보내겠다는 협박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퀸즈백화점 대표 자리에 다시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토로하는 홍해인의 모습은 백현우를 슬프게 했다.

그날 병증악화로 실신한 후 간신히 깨어났을 때 다짜고짜 “사랑해!”라 고백해 오는 홍해인은 백현우를 슬프게 했다. “이런 말도 못했는데 죽어버리면 당신 내 마음 하나도 모를 거 아냐...언제 죽을지 몰라서 미리 말하는 거야” 라는 해인의 시크한 태도도 백현우를 슬프게 했다.

고백 맛집에서 이혼 철회를 요청했을 때 해인은 말했다. “나 어제 사실은, 당신인 줄 알았어... 내가 윤은성을, 당신인 줄 알고 따라간 거야.” 해인의 그 끊어지는 호흡, 잘게 떨리는 음색은 백현우를 슬프게 했다.

윤은성을 따라 간 본가에서 길을 잃은 홍해인을 마침내 찾아냈을 때 해인은 주춤주춤 물러서며 “백현우?” 물어왔었다. 그 혼란에 휩싸인, 겁에 질린 표정은 현우를 슬프게 했다.

오피스텔 소파, 제 품에 나른하게 안긴 해인의 안도감은 고향집에서 병증 발작으로 길을 잃다 제 품에서 파르르 떨던 해인의 불안감만큼이나 현우를 슬프게 했다. 결국 홍해인의 모든 것은 백현우를 슬프게 한다.

이 오랜 두 사람의 슬픔들이 끝내 슬픔으로 끝나고 말지, 더한 환희를 위한 디딤돌이 될지, ‘눈물의 여왕’ 뒷 얘기가 여전히 궁금해진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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