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긴장 고조 원치 않아”…이스라엘에 추가 보복 자제 촉구
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추가 보복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우리의 목표는 긴장 고조와 지역 분쟁으로의 확전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향후 이스라엘의 대응과 관련해 “속도를 늦추고 충분히 생각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NBC, ABC방송 등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중동에서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면서도 최우선 목표인 ‘확전 방지’를 위해 중동 전면전을 촉박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반격에는 분명한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 등 중동 지역 외교장관들과 연쇄 전화협의를 하고 미국의 확전 방지 입장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7개국(G7) 정상 화상협의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통화를 통해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공조에 주력했다. G7 정상들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란을 강력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의 공격이 “통제할 수 없는 역내 긴장 고조”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는 피해야만 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추가 긴장 고조를 막고 상황을 안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특히 이스라엘이 300여개의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99% 막아내는 등 ‘큰 전략적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필요 없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군 전력이 이란혁명군 전력을 크게 앞섰다고 강조했다고 미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통화는 매우 유용했으며 누구도 갈등 고조의 사다리를 오르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도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피해를 끼치려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은 처절하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미군 전투기 등은 전날 70대 이상 이란 드론 공격을 차단했고, 동지중해에 배치된 구축함 2척이 이란 탄도 미사일 4~6발을 요격했다. 이라크 인근 미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에서도 탄도미사일 1발을 격추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가 긴밀히 공조했다고 미 당국자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정책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미 CBS방송-유고브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전인 지난 9~12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23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로 전쟁 직후인 지난해 10월 말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2%로 지난해 10월 조사(47%)에 비해 크게 줄었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3%로 지난 2월 조사(55%)에서 두 달 사이 12%포인트 낮아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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