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천장 뚫리니 ‘서민 귀금속’ 은도 들썩… 이제 ‘은테크’ 할 때?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박미영 2024. 4. 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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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서민의 귀금속’이라 불리는 은(銀) 가격도 치솟고 있다. 달러와 가상화폐, 금, 원자재 값이 모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은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조폐공사의 실버바. 연합뉴스
◆은 가격도 급등, 안전자산 수요 계속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은 가격은 지난 12일 온스(28.3g)당 28.33달러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최저치였던 2월13일 22.15달러 대비 30%가량 오른 것이다.

국내 은 가격은 같은 날 한국금거래소에서 장중 1500원까지 급등한 뒤 내려와 124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5일 1000원을 돌파한 지 40여일 만이다.

한국금거래소 송종길 대표는 “은값이 g당 1000원을 넘었던 시기는 흔치 않다”면서 “금융위기 당시 g당 500원대였다가 유로존 국가부채 부도 및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폭등해 2011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000원대를 유지하다가 하락 전환해 2020년 8월까지 1000원 아래에 장기간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은 가격이 급등하자 차익실현 매물도 쏟아졌다. 한국금거래소에 고객들이 내놓은 은은 1∼3월에 125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5㎏ 대비 34배 이상 늘었다. 

은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구리(동)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귀금속이면서 태양광, 전자기기, 촉매제 등 산업원료로 많이 쓰여 경기가 좋을수록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가 반영되고, 치솟는 금 가격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은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 주요생산국인 칠레와 페루에서 생산을 통제하고 있는 것도 은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부채 리스크 때문에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거품이 껴있는 모든 자산이 앞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건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금, 은,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6개월간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마다 출렁이는 정치테마주… 올해도 어김없이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고교(현대고) 동창인 배우 이정재와의 인연으로 ‘한동훈 테마주’로 지목된 대상홀딩스는 지난 2월23일 1만2620원을 찍은 뒤 하락세를 거듭해 총선 다음날인 11일 8420원을 기록했다. 한 달 반 동안 주가가 33% 빠진 셈이다. 회사 대표가 한 전 위원장과 동문인 덕성도 지난 2월15일 1만2120원에서 총선 이튿날 7420원으로 39% 하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테마주인 동신건설은 지난달 25일 3만850원을 찍은 뒤 총선 다음날이 되자 2만원으로 급락했다. 민주당이 압승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내려앉았다. 역시 이재명 테마주인 에이텍은 지난 2일 1만9480원에서 총선 다음날 1만3370원으로 9일 만에 31% 떨어졌다.

원내 제3당으로 떠오른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테마주로 묶인 화천기계와 대영포장도 지난달 최고가와 비교해 선거 직후 각각 53%, 29% 급락했다. 조 대표는 이들 기업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화천기계는 전직 감사가 조 대표의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대영포장은 사외이사가 조 대표와 학부 동문이라는 이유로 각각 테마주로 분류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주의’, ‘투자경고’ 등 시장경보 지정한 817건 중 144건(18%)은 정치 테마주로 묶인 종목이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에 오른 기업은 주로 과열 종목으로 지정되고 조회 공시를 하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주가가 급등할 때부터 자율공시를 통해 정치인과 관계가 없다는 메시지를 적극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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