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2루타, 어제는 홈런…캡틴의 부활
양석환, 15경기 만에 대포 폭발…슬럼프 완벽 탈출
어제는 2루타 두 방, 오늘은 홈런. 개막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던 두산 양석환(33)이 확실하게 살아났다. 특타에 타격폼까지 바꿔보며 고민한 결과다.
양석환은 14일 잠실 LG전, 0-2로 끌려가던 2회말 선두 타자로 나가 추격 1점 홈런을 때렸다. 풀카운트에서 LG 선발 손주영의 6구째 시속 145㎞ 빠른 공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66.2㎞에 비거리 119.8m의 대형 홈런이었다.
두산은 양석환의 추격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힘을 내며 9-5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LG와 시즌 첫 3연전에서 2승1패를 거뒀다.
양석환은 전날부터 2루타 2개로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3-1로 앞서던 5회말 2루타가 특히 눈에 띄었다. 양석환은 1B 2S로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상대 투수 김진성의 포크볼을 받아쳐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평소처럼 다리를 들어 올리는 레그킥 동작 없이 바로 선 자세에서 노스텝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는 왼쪽 담장을 그대로 맞혔다.
양석환의 노스텝 스윙은 사령탑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양석환의 전날 2루타를 두고 “벤치에서도 양석환이 노스텝으로 치는 연습을 계속하더라”며 “정말 힘들었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특유의 레그킥을 잠시 내려놓을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양석환이) 노스텝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타격코치와 이야기도 해봤지만, 사실 (타격자세를) 건드리기는 힘들다”며 “그래서 코치도 이야기는 안 한 것으로 아는데, 어제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노스텝으로 치더라. 정말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계속 노스텝 연습을 하는 걸 보면서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양석환은 전날 경기 전까지 타율 0.162, OPS 0.569로 빈공에 허덕였다. 특유의 장타가 사라진 점이 특히 뼈아팠다.
시즌 전 4+2년 78억원으로 대형 FA 계약을 맺었고 주장 역할까지 맡았다. 노스텝을 시도한 것도 그만큼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11일과 12일, 연이틀 특타를 자청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양석환까지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두산의 공격은 배가된다. 2루수 강승호가 시즌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고, 최근 몇 년 부진하던 주포 김재환도 올시즌 들어 장타를 회복했다. 타선의 핵심인 양의지 역시 건재하다. 이날 승리를 더해 두산의 성적은 9승 11패. 아직 승률 5할을 밑돌고 있지만, 치고 올라갈 힘은 충분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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