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건우 "'원더풀 월드' 흥행 예감…김남주 선배 칭찬에 힘 얻었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원더풀 월드'의 태호(진건우)에게 자꾸만 마음을 빼앗겼던 건, 살짝 접히는 다정한 눈웃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철부지 막내인 줄 알았는데 볼수록 속이 깊기만 하다. 형 부부를 에워싼 그늘을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오히려 씩씩하게 군다. 그 모습이 짠하면서도 귀여워서일까. 어른스러운 막내의 매력이란 헤어 나오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게 바다처럼 너른 품을 가진 태호를 담백한 매력으로 그리며 '원더풀 월드'의 신스틸러로 활약한 배우 진건우를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포츠한국 사옥에서 만났다.
MBC 금토드라마 '원더풀 월드'는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직접 처단한 은수현(김남주)이 그날에 얽힌 미스터리한 비밀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3월1일 첫방송 이후 탄탄한 이야기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호평을 모은 끝에 지난 13일 최고 시청률 13%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닐슨코리아 기준)
"처음부터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김남주, 김강우 선배님을 비롯해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뜨겁게 노력하시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이건 무조건 잘 되겠구나' 싶었죠. 실제로 매주 시청률을 확인하면서 제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만약 시청률이 안 나왔더라도 실망하진 않았을 거예요. 좋은 작품은 나중에라도 알아봐주시더라고요."
태호는 수호(김강우)의 동생이자 수현의 시동생이다. 쾌활한 성격을 가진 전형적인 막내로, 나이 터울이 있는 형과 형수를 믿고 의지하는 인물이다. 앞서 첫 오디션에서 진건우의 차분하면서도 밝은 매력을 발견한 이승영 감독은 그를 태호 역에 낙점했다.
"오디션 때 감독님과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을뿐인데 '태호랑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어요. 제 편안한 매력을 보신 것 같아요. 저도 자신 있었어요. 이 작품에서 태호의 역할은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인데, 저 역시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제 모습을 최대한 끌어오면 될 것 같았거든요. 특히 태호는 수현-수호 부부와 가장 가까운 인물 중 하나라 감정 표현에 신경썼어요. 지금 가족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수현과 수호가 얼마나 힘든지 알지만 최대한 모르는 척하는 게 중요했죠. 태호라면 그랬을 것 같아요. 본인까지 내색하면 다들 더 힘들어질 걸 아니까 끝까지 모르는 척, 밝은 모습만 보여줬을 거예요."
진건우는 특유의 부드러운 눈빛에 태호의 선하고 다정다감한 면모를 실어나르며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신경외과 전공의라는 직업적 설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기 위해 의사 가운의 주름 하나까지 신경쓰는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정성을 들였다.
"평소에도 청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실제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손을 자주 씻으시잖아요. 그래서 카메라 뒤에서도 손을 많이 씻었어요. 또 의상도 고민 많이 했죠. 태호는 멋 내는 데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대부분 편안하게 입었고 의사 가운은 생활감을 더하려고 일부러 구기기도 했어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사소한 디테일들이 자신감을 주더라고요."
'원더풀 월드'의 가장 큰 축을 책임진 김남주, 김강우와의 호흡은 매 순간 배움의 기회를 안겨줬다. 진건우는 "두 선배님들의 에너지에 반했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선배님들과 첫 촬영이 기억나요. 다같이 식사하는 장면이었는데 두 분 다 정말 유쾌하고 따뜻하셔서 저도 금세 긴장을 풀게 되더라고요. 특히 현장 전체를 보고 챙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본인의 연기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하나하나 챙겨주시는데 그게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김남주 선배님의 칭찬은 큰 힘이 됐어요. '태호는 편하게 해도 된다, 잘하니까 괜찮다'고 격려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특히 차은우는 진건우에게 각별한 존재다. 소속사 판타지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평소에도 고민을 나누며 서로 힘을 주는 사이다. '원더풀 월드' 속 상처 많은 선율 캐릭터로 데뷔 이후 가장 과감한 변신에 나선 차은우의 도전은 진건우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원래 (차)은우랑 친분이 있어서 평소에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이번엔 최대한 말을 줄였어요. 제가 연기한 태호는 밝지만, 선율이는 어둡고 힘든 일을 겪는 캐릭터라 은우가 현장에서 엄청나게 집중하곤 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약간 거리를 두고 더 몰입할 수 있게 돕고 싶었어요. 촬영이 다 끝나면 못다한 얘기를 나눠야죠. 아마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은우는 한 살 어린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아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연기도 잘하고 진짜 멋있어요. 잘하는데 성실하기까지 해요. 그런 은우를 보면서 저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원더풀 월드'의 태호로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진건우의 시작은 지난 2017년 공개된 웹드라마 '아이돌 권한대행'이었다. 이후 MBC '신입사관 구해령', '연인', tvN '마에스트라' 등 굵직한 흥행작들에서 임팩트를 남기며 주목받았다. '원더풀 월드'로 다시 한번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 그는 끝까지 연기를 향한 수줍은 열망을 드러내며 눈빛을 반짝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하곤 했대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태권도를 했어요. 꽤 소질이 있어서 특기생으로 대학을 가려고 했죠. 그렇게 진로를 결정하려다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래, 연기, 격투기 등 여러가지를 배워봤어요. 그중에서 연기가 제일 재밌더라고요. 세상과 감정을 주고받고 소통하기에 정말 좋은 직업이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매 순간 제 역할을 잘해내다 보면 좋은 기회나 행운도 따라오지 않을까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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