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라던 비트코인이 1억하는 세상…콧대 높은 파리도 변했다

박희진 기자 2024. 4. 1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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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법 선제적으로 도입한 유럽…'파리블록체인위크(PBW) 2024' 성황
한국은 '업권법' 요원…22대 국회와 금융당국에 혁신의 운명 달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블록체인위크(PBW) 2024' 현장 모습이다.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온갖 규제에도 비트코인이 최고가라는 게 놀랍지 않나요?"

22대 총선이 치러진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는 유럽 최대 블록체인 행사 중 하나인 '파리블록체인위크(PBW) 2024'가 한창이었다.

리플의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전문가 대담에서 "온갖 장애물이 있지만 블록체인 산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서 보듯 블록체인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가상자산 업계 '저승사자'로 통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3년에 걸친 소송전을 치르며 규제 몸살을 온몸으로 앓은 산증인이다.

그는 "미국은 규제 문제로 블록체인 산업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유럽을 치켜세웠다. 유럽은 가상자산 규제 분야를 처음 제도화했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암호자산시장에 관한 법률(MiCA, 미카)’을 통과시키면서다.

갈링하우스는 "유럽의 규제 당국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규제의 명확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예측 가능한 규제틀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SEC가 계속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지만 위원장인 '게리 겐슬러의 시대'도 끝은 있는 법.

갈링하우스는 "게리 겐슬러가 영원히 SEC를 이끌진 않을 것"이라며 "1~2년이면 바뀔 것이다. 새로운 리더가 등장하면, 새로운 관점이 생길 것이다. 건설적인 접근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투자가치가 있는 하나의 자산으로 처음으로 인정받은 ETF 승인도 이제 갓 시작 단계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비트코인 이외의 다른 ETF도 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강국' 미국이 가상자산 분야에 '메스'를 들고 있는 동안, 유럽이 선제적으로 미카법이라는 규제틀을 만들면서 혁신의 기회를 선점하고 있다. 달라진 프랑스 파리가 블록체인 행사로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어떨까. 늘 '퍼스트 무버'를 꿈꾸지만 늘 '패스트 팔로워'에 머물고 있는 한국에 비트코인 ETF는 언감생심이다. 7월부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업권법'으로 불리는 2단계 법안은 요원한 실정이다. 특히 법보다 무서운 '그림자 규제'로 손발이 묶여 있다.

그나마 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를 이끌며 이용자보호법 통과를 주도한 의원들이 대거 22대 국회 입성에 실패하면서 가상자산 분야 법제화는 가시밭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에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신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따라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예가 바로 한국입니다. 신뢰 국가인 남한은 자유경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면서 평균 신장이 북한보다 4인치 더 크죠. 남한 여성의 평균 키가 북한 남자보다 더 커졌어요."

테슬라, 스카이프, 핫메일 등에 초기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실리콘밸리 '투자의 귀재'이자 '비트코인 예찬론자'인 팀 드레이퍼의 말이다. 이번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그는 "블록체인은 신뢰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말하면서 남북한 비교로 운을 뗐다.

60대인 그는 "사람들이 편지 대신 이메일을 쓰고, '기름 먹는 하마'인 자동차 대신 테슬라를 사기 시작하는 등 '변화'를 평생 봐왔다"며 "이제 화폐에서도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으로 음식을 사고, 옷도 사는 세상 말이다.

'비트코인은 사기다, 실체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지만 실은 게임속 아이템이 고가에 거래되는 세상이 된 지 벌써 20년도 넘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일하고, 소통하고, 관계 맺기가 일상인 세상에 '디지털 자산'은 선택이 아닌 필연적 현상이다. '자원 빈국' 한국도 '디지털 경제'에서는 선두가 될 수 있다. 22대 국회와 금융당국에 미래 세대의 '일자리'가 달려있다.

2bric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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