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도입 앞둔 교사들 “고민되네”
기기 고장 땐 고치는 데 수일
업데이트로 수업 지체되기도
시범운영 없는 ‘속도전’ 우려
“교사 역할 구체적 제시 없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초중고등학교 도입(2025년 1학기)을 두고 일선 교육청이 교사들의 연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교원 연수 예산으로만 올해 3800억원을 책정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학습이 가능하도록 AI 등 기술을 이용해 학습 자료와 지원 기능을 실은 교과서다. 학교 현장 도입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현재 일선 교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달부터 서울·경기·부산·광주의 현직 초등학교 교사 7명을 인터뷰했다. 여성 4명·남성 3명으로, 교육에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 프로그램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데 익숙하고 교단의 디지털화에도 대체로 찬성하는 교사들이다.
교사들은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고민과 어려움부터 말했다. A교사는 “오늘 수업을 하는데 학생 2명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걸려서 10분 동안 수업을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로그인을 쉽게 하는 등 아이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반대로 보안 수준을 일부분 포기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B교사는 “기기가 고장 나면 고치는 데 시일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문장을 타이핑해야 하는 수업도 걱정된다. 요즘 학생들은 자판 타이핑을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했다.
개별화를 내세운 AI 디지털교과서가 개별 학생을 위한 기기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C교사는 “요즘 학급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많은데 AI 디지털교과서를 다양한 언어로 구현하겠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D교사는 “AI에게 구체적인 수치로 평가받고, 어쩌면 감시받게 될 수 있는 아이들이 행복할지도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교사 7명 중 6명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속도전’을 우려했다. E교사는 “최소한 한두 학기는 시범 운영이 필요한데 AI 디지털교과서는 (개발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며 “개인정보 제공 문제 등을 점검할 시간조차 없어 보인다. 견제받지 않는 개발 과정이 문제”라고 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내년 1학기에 적용되는데 오는 11월에야 검정을 마친다. 완성본에 가까운 실물도 이때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사들은 AI 디지털교과서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모델이 명확하지 않다고도 했다. D교사는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모습이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과정 중심 학습이 중요하다면서도 AI 디지털교과서는 AI 기술로 학생 수준 파악·평가와 피드백처럼 양적인 ‘결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맞춤형·개별화를 표방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소득에 따른 학습 격차 해소를 가능하게 할지엔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F교사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했을 때 부모의 도움을 받는 학생의 적응력이 더 높았다”고 했다. G교사는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의 비율은 한 반에 10~20% 안팎이다. 격차 해소를 위해 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기기를 통한 진단이나 반복 학습보다 교사의 더 많은 관심과 지도”라고 했다. 반면 “아이들의 기계 활용 습득력이 워낙 좋다. 오히려 저소득층 아이들에겐 기회”(E교사)라는 견해도 있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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