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중동전쟁’ 확전 여부, 이스라엘 대응 수준에 달렸다
네타냐후 “강력 보복” 예고
핵무기 보유국 충돌에 우려
이란 공격 수위 ‘미세조정’
최악 사태 피할 것 전망도
이란이 13일 밤(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지역 긴장은 최고조로 치닫게 됐다. 그동안 대리 세력을 통해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두 나라가 직접 충돌하면서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사상 초유의 직접 공격으로 중동은 최악의 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는 물론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반이스라엘을 기치로 내건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에도 이스라엘을 공격한 적이 없다.
이란은 지난해 10월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민병대를 앞세워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치러왔다. 이란이 직접 군사행동에 나선 건 지난 1월 이라크 북부 에르빌 인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첩보본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례가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으로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13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직접 개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은 지금까지 대리인을 통한 그림자 전쟁을 펼쳐왔지만,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과 공개적으로 충돌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등판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NYT에 “이 순간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결과가 얼마나 비참할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국제사회에서 비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통한다는 사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란의 잠재적인 핵무기 생산 능력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은 향후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줄곧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해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도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이란 핵 시설 파괴를 원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이스라엘 강경파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야망을 실현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확전의 관건은 이스라엘의 대응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그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강력한 재보복을 예고했다. 이란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방어 조치를 주저하지 않겠다”며 맞불을 놨다. CNN 등은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영사관 폭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응할 경우 중동 정세는 시계 제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란이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계산된 도발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이 민가가 아닌 인적이 드문 네게브 사막 이스라엘 공군기지를 목표물로 삼은 것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7일 미 정부에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이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간주할 수 있다”며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다나 스트로울은 “이란의 목표가 이스라엘을 처벌하고 고립시키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목표에 훨씬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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