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 속 '1등 로켓배송' 지킨다... 2년 만에 멤버십 올린 쿠팡

조한송 기자, 유엄식 기자 2024. 4.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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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4990원→7890원 인상
쿠팡 "멤버십 유지하면 연 87만원 혜택''...소비자 반응 엇갈려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쿠팡이 지난 12일 로켓배송, 반품, OTT 무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와우 멤버십 가격을 2년 4개월 만에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 배경엔 국내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업계에선 "이커머스 1등을 지키려는 절박함이 표출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31조원, 영업이익 61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유통 업계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하며 1위로 올라섰고, 창사 14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계획된 적자'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한 쿠팡은 중국 이커머스의 도전이란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알리는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대규모 할인 행사 및 국내 셀러 발굴, 소비자 보호 대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테무도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앞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놓고 쿠팡과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이커머스는 국내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해 3월 알리 국내 이용자 수는 887만명으로 2022년 3월 218만명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테무 이용자 수는 829만명으로 한 달 만에 42.8% 증가했다. 11번가, G마켓 등 토종 이커머스 업체를 제치고 쿠팡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했다.

쿠팡은 지난달 말 물류망 확대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알리의 1조원대 투자 계획서가 공개된 지 일주일만이다. 지난 10여년간 투자한 6조2000억원에 더해 총 9조원대 자금을 물류망 확충에 투입하게 된다. 이번 투자로 경북 김천 등 8개 이상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FC)가 구축돼 2027년부터 전국 모든 지역에 로켓배송이 가능해진다.

다소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전국 물류망을 갖춘 독보적 1위 기업"이란 상징성을 공고히 한 전략을 선택한 것. 신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1400만명이 가입한 멤버십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쿠팡의 멤버십 수익은 연간 1조3260억원이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약 5000억원 늘었지만 이마저도 기존 회원이 이탈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전제된 추정치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가격을 7980원으로 올려도 여전히 '가성비'가 좋다고 설명한다. 실제 회원이 받을 수 있는 혜택 규모가 멤버십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현재 로켓배송은 건당 3000원, 반품은 5000원, 해외 직구상품 배송은 2500원이 든다. 쿠팡 분석 결과 와우 회원 1인당 평균 연간 택배 160회, 반품 32회, 직구 4.5회를 사용했다. 여기에 월 1만2000원대 OTT 요금 및 건당 3000원인 쿠팡이츠 배달비(5건 가정) 무료 혜택까지 더하면 와우 회원은 연간 평균 87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쿠팡은 넷플릭스(1만7000원) 티빙(1만7000원) 유튜브 프리미엄(1만4900원) 디즈니+(1만3900원) 등 다른 OTT 서비스 회원제 요금과 비교해도 와우 멤버십이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어서 가격 인상에도 탈퇴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이 정착되고, 고객 수가 더 늘어나면 추가 투자를 지속하면서 현재 1.9% 수준인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투자자들도 쿠팡 멤버십 인상 계획에 반응했다. 12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모기업 쿠팡Inc 주가는 전일 대비 11.49% 오른 21.25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미 로켓배송을 비롯한 쿠팡의 서비스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기존대로 멤버십을 이용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14개월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 30대 고객 A씨는 "아기 먹일 재료부터 육아용품, 과자 등 급하게 사야 할게 많다 보니 일주일에 3번 이상 쿠팡을 이용 중"이라며"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도 다른 마트보다 최저 금액이 적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용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했다.

반면 그동안 특정 서비스만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멤버십을 탈퇴할 가능성도 있다. 40대 직장인 B씨는 "가끔 새벽 배송이 필요해서 멤버십을 유지 중이었고,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는 잘 이용하지 않았는데 월 8000원 가격은 부담스럽다"며 "다른 OTT처럼 혜택을 달리해서 요금을 차별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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