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에 꼬여버린 금리 경로...“환율 1400원 돌파? 상방 리스크 더 커진다.”
한은의 우려대로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근원 CPI 상승률과 달리 미국과 유럽 지역보다 높은 상태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의 박창현 팀장·임웅지 차장이 펴낸 ‘최근 주요국 물가 상황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헤드라인(headline) CPI 상승률은 지난해 저점에 비해 올해 3월 0.7%p 반등하며 미국(+0.5%)이나 유로 지역(+0.0%p)에 비해 큰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근원 CPI는 노동시장의 물가 압력이 미국·유럽보다 낮아 완만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은 주요국과 달리 지난해 8월 이후 헤드라인 CPI가 근원 CPI보다 높다.
이는 과일값과 기름값 반등으로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2~3월에 3.1%를 나타내며 목표 수준(2%) 진입에 실패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내외(브렌트유 기준)로 상당폭 오르며 한은이 올해 경제전망에서 전제로 본 배럴당 83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추이가 금리인하 시점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지속하는 방식으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국제유가가 계속 불안하면 유류세 인하를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한은도 유가 불확실성에 대해 "최근 90달러 내외 수준으로 높아진 국제유가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유류세 인하 조치 지속 시 이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둔화 경로에서 국제유가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시점에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까지 나오면서 환율은 10원 넘게 급등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에서 일부 오해를 한 것 같다"며 "당연히 최근 환율 움직임에는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간담회에서 "특정 레벨의 환율을 타깃하지는 않지만, 주변국 영향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 인해 환율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킬 여력이 있고, 방법도 있다"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더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12일(현지시간) 106선을 웃돌며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외에 이달 배당금 송금 관련 수급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피벗 기대감에 더해 중동 불안도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 협상도 복잡하게 꼬여있다”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위안화 약세와 국내 투자 주체의 해외 투자 증가 등도 언급됐다. 당분간 환율의 하방경직성과 외국인 수급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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