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정부, 갈등 봉합한 의협…고통만 더 커진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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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000명 증원 안을 놓고 대치해온 정부와 의사집단이 '임시 휴전'에 접어들었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는 인적 쇄신부터 해야 할 판이다.
의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의사 부족으로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 국민의 건강권은 위협을 받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내부 갈등을 딛고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힘을 합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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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000명 증원 안을 놓고 대치해온 정부와 의사집단이 '임시 휴전'에 접어들었다.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는 인적 쇄신부터 해야 할 판이다.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인수위원회 간 내홍은 간신히 봉합되는 형국이지만 아직도 일치된 힘을 내기엔 시기상조란 평가다. 의정 대치가 이어지면서 의사 부족으로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 국민의 건강권은 위협을 받고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쇄신의 첫 단추로 인적 쇄신에 나선다. 이관섭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리하고 후임 비서실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석급 참모진도 교체될 전망이다. 함께 사의를 밝힌 한덕수 국무총리의 후임자 인선과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총선 전 개각에서 제외됐던 부처의 장관 교체 등 중폭 개각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서는 총선 이후 의대 증원 관련 이슈는 제기되지 않고 있다. 참모진들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인적 쇄신과 조직 정비 작업을 먼저 한 뒤 의대 증원에 대해 논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각 가능성이 거론된 복지부는 총선 전날(9일)부터 의사 집단행동 관련 브리핑을 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예정됐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은 지난 10일 밤 9시쯤 갑자기 취소했다.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내부 갈등을 딛고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힘을 합쳤다. 임 차기 회장이 14일 "14만 의사들 모두가 하나"라며 "비대위와 오해 풀었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의협은 한마음으로 뭉쳐있고 당선인과 불협화음이 아니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대회의실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8차 회의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외부적으로 그런(갈등의) 목소리가 나간 건 저도 안타깝지만 지금은 서로 마음을 같이 모아서 우리에게 주어진 큰 숙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당선인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정 대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환자가 의사 부족으로 진료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의료계 파업 탓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아내를 떠나보냈다는 남편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사연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지난 8일 구급차에 실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중소형 병원에 입원했다. 집 근처 대형병원 응급실이 있지만 전공의 파업으로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아내는 다음날 상태가 위중해지면서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지만, 다음 날 새벽 심정지로 숨졌다. A씨는 "아내가 힘들어하자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고 한다. 이미 부전으로 몸에 노폐물이 쌓여가고 있는데, 그걸 그대로 방치한 셈"이라며 "의료파업이 없었다면 (집 근처) 대형병원에 자리가 있었을 것이고, 투석하든 간이식을 하든 아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허탈해 했다. 부산시는 15일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 출동반을 꾸려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의사가 없어 환자가 퇴원 당했다가 사망했다는 유족의 주장도 나왔다. 지난 1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70대 장폐쇄증(장 막힘) 환자 B씨는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 후 퇴원한 지 3일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체 검안 결과, 장폐쇄증으로 인한 패혈증과 탈수가 사망원인으로 지목됐다.
유족은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퇴원이 결정됐다"며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과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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