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찰리가 코치… 우즈 100번째 라운드 ‘감동의 꼴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는 자신의 기념비적 마스터스 100번째 라운드를 아들 찰리(15)와 함께 열었다. 최종 4라운드 세 번 째 조인 오전 9시 35분 출발. 한 시간 반 전에 드라이빙 레인지에 우즈 부자가 등장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555야드). 최종 라운드 드레스 코드인 ‘빨강 셔츠, 검정 바지’ 차림의 우즈가 등장하자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그를 기다리던 팬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의 꿈을 꾸는 찰리는 아버지의 ‘일일 스윙코치’로 변신했다. 클럽을 거꾸로 들어 우즈의 복부 쪽 스윙 중심을 가리키는 방식으로 아버지의 훈련을 도왔다. 훈련을 마친 우즈 부자는 함께 카트를 타고 1번 홀로 이동했다.
우즈는 아마추어 5명 가운데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지난해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오하이오대 대학원생 닐 쉬플리(미국)와 함께 라운드를 돌았다. 쉬플리는 “마스터스 최종일 우즈와 함께 라운드한다는 것은 꿈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우즈가 이런저런 골프 이야기와 아들 찰리 이야기를 하며 친근하게 대해줘 편안한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공을 들였지만 점수는 전혀 ‘타이거’답지 않았다. 전날 10오버파 82타로 자신의 메이저대회 사상 최악의 점수를 남긴 데 이어 이날도 5오버파 77타를 쳐 최종합계 16오버파 304타를 적어냈다. 컷을 통과한 60명의 선수 가운데 정확히 60위 꼴찌였다. 현지 언론들은 우즈의 완주를 높게 평가했다. “성적이 형편없이 나오면 경기 도중 기권하는 경우는 골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우즈는 걸을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세월 무상. 그의 몸은 워낙 역동적인 스윙 탓에 젊은 시절부터 성한 곳이 없었다. 목과 허리, 발목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 2021년 교통사고로 다리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는 몸 여기저기 너트와 볼트로 조립된 인조인간이 됐다.
한번 라운드를 하면 온몸에 염증이 생긴다. 밤새 얼음 목욕과 재활 치료를 통해 다시 경기할 수 있는 몸으로 바꾸기를 반복한다. 첫날 폭우로 13번 홀까지 치르고 이튿날 잔여 경기 5개 홀과 2라운드 18홀 등 23개 홀을 돌아 1오버파 145타 공동 22위로 컷을 통과할 때만 해도 우즈는 위풍당당했다. “여섯 번째 그린재킷을 위한 우승 경쟁 위치에 섰다”고 했다. 하지만 3라운드를 앞두고 그의 몸은 제 기량으로 경기할 수 있는 몸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리알 그린으로 무장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선 절대 공을 보내서는 안 될 곳이 있다. 두 세타를 쉽게 잃기 때문이다. 이런 가서는 안 되는 금기 지역을 그 누구보다 우즈가 잘 안다. 그 덕분에 우즈는 이번 대회까지 26번의 마스터스에서 5차례 우승과 14번의 톱10, 24차례 연속 컷이란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안타깝게 우즈의 샷들은 “가서는 안 되는 곳”들만 찾아다녔다.
4라운드 3번 홀(파4)부터 6번 홀(파3)까지 4개 홀에서 5타를 잃었다. 5번 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다. 우즈는 한 개의 버디를 2번 홀(파5)에서 잡았다. 무더기로 점수를 잃고 난 7번 홀(파4)부터 파 행진을 벌이다 15번 홀(파5)에서 보기 1개를 추가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린을 읽고 또 읽으며 최선을 다하는 골프 황제의 모습은 경외심을 일으켰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기립박수가 터졌다.
우즈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한 팬이 말했다. “우즈가 내년에도 오거스타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성적과 관계없이 오거스타의 신화적인 존재인 우즈가 자신의 26번째 마스터스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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