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이 봄, 목련 꽃잎에 담긴 슬픔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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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여왕'으로 불리는 목련꽃은 단아하면서도 화려하다.
화려한 봄이 지나가도 목련 꽃잎 한 장 한 장에 깃든 아름다움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문다.
목련꽃은 지지만 그 안에선 또 다른 희망이 움트는 것이다.
길가에 떨어진 목련 꽃잎이 있거든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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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여왕’으로 불리는 목련꽃은 단아하면서도 화려하다. 하얗고 탐스러운 꽃봉오리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듯하고 정결하게 한다. 하지만 목련꽃처럼 아쉬운 꽃도 없다. 한겨울에 생긴 겨울눈에서 꽃이 피기까지는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막상 꽃이 피고 나면 금세 지고 말기 때문이다. 땅에 떨어진 꽃잎에 박힌 얼룩을 볼 때마다 짧은 봄날의 시간이 측은하고 안타깝다.
목련은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부터 오랜 시간을 준비한다. 혹독한 눈보라와 추위를 견딜 수 있게 꽃과 잎을 감싸줄 털옷을 만들어 겨울눈을 지킨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봄이 시작되자마자 다른 봄꽃들보다 먼저 꽃을 피운다. 하지만 한겨울 동안 너무 힘을 쓴 탓일까, 피어있는 순간이 너무나 짧고 허무하다.
그래서일까. 화려한 봄이 지나가도 목련 꽃잎 한 장 한 장에 깃든 아름다움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문다. 그러나 타들어 가는 꽃잎 사이로 새롭게 연녹색의 새싹이 피어오른다. 목련꽃은 지지만 그 안에선 또 다른 희망이 움트는 것이다. 이 봄, 길을 걸을 땐 가끔 주위를 둘러보자. 길가에 떨어진 목련 꽃잎이 있거든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라. 살포시 드러난 희망의 새싹들이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 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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